[기자수첩]대통령이 칭찬한 13평 임대주택, 그만 지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1.10.27 05:30
"아늑하다."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김현미,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찾아 한 말이다. 전용 44㎡(약 13평) 복층형 구조에 방 2개, 거실, 주방, 화장실로 구성된 실내를 둘러본 소감이었다.

이 주택은 보증금 7200만원에 월세 27만원이면 입주할 수 있다. 서울 시내 웬만한 원룸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방문한 후 9개월째 공실 상태다. 입주자 소득과 자산 기준을 완화했으나 여전히 찾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완공된 공공임대주택 중 입주자를 찾지 못한 집이 전국적으로 5만4746호에 달한다. 이 중 약 65%인 3만5476호가 6개월 이상 장기 공실 상태다.

혈세 수 조원을 들여 만든 새 아파트 수 만채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심 외곽 지역에 지어진 탓에 교통, 학군 등 입지 여건이 열악한 측면도 있지만 "너무 좁다"라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얘기다.


소형을 짓도록 부추기는 공공임대정책의 한계다. 여기에 질보다 양을 강조했고 이런 결과물에 대통령도 "살 만하다"며 거드는 사이에, 가족과 여유로운 공간에서 살고 싶은 수요자들은 실망감에 등을 돌리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저품질 소형 아파트'란 꼬리표를 떼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인 신혼부부도 작다고 느끼고, 아이 키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용 30~40㎡ 소형 주택을 2채 지을 바에 공급 물량을 줄여서라도 전용 59~84㎡ 중형급 주택을 1채 짓는 게 시장 안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주택 부지를 확보하고, 건설사업 승인이 나고도 착공이 지연된 공공임대주택 물량도 올해 8월말 기준 6만8000호에 달한다. 대형 신도시 2~3개와 맞먹는 규모다. 이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문 대통령도 중산층도 살만한 질좋은 임대주택을 지으라고 했다. 공공임대주택, 이제부턴 물량보다 품질로 확실히 중심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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