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과 '오징어게임'으로 뜬 K드라마가 연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산업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콘텐츠생태계는 내홍으로 앓아누울 지경이다. 음악 저작권료를 둘러싼 창작자 단체와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간 저작권료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지난 21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웨이브와 티빙·왓챠·카카오페이지 등 국내 OTT 사업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국내 OTT 업체들이 수 년째 저작권료를 미납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법적조치를 결정했다는 게 음저협의 설명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과거부터 저작권료 납부를 요청해왔지만 지난해 음악 저작권료 납부 징수규정이 만들어졌을 때도, 후속 조치인 상생협의체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국내 일부 OTT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으로, 금액 문제를 떠나 '저작권법은 오랜 기간 위반해도 문제없다'는 인식을 조장하는 범죄 행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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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저협은 왜 OTT를 고소했나━
저작권료를 둘러싼 음저협과 OTT의 첨예한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콘텐츠 시장이 커지며 저작권 인식이 생기고, 시장 패러다임이 OTT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신산업으로 저작권 사각지대인 OTT의 저작권료 납부를 두고 수년 째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갈등은 지난해 12월 문체부가 음저협의 손을 들어주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체부가 음저협의 제안을 받아들여 저작권 징수규정을 신설하면서다. 음악저작물을 부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영상물에 대해 징수요율을 올해 1.5%로 설정하고, 2026년까지 1.9995%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문체부가 OTT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와 업계 간 소통의 자리를 마련, 해법을 모색했지만 별 다른 진전은 없었다. 이에 음저협이 소송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대해 한 OTT업계 관계자는 "기존 규정대로 납부를 하고 있고, 새 규정은 행정소송 중에 있기 때문에 내지 않는 상황"이라며 "판결에서 지면 당연히 소급해 낼 문제이며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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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음저협도 저작권료 분배 안한다?━
문체부 규정에 따르면 작곡자와 작사자, 편곡자는 각각 5대5대2 비율로 저작권료를 분배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음저협은 10년(2011~2020) 간 1조6055억원을 징수해 1조5654억원을 분배했는데, 편곡자에게 돌아간 몫은 3.8%에 불과했다. 이에 문체부가 분배 개선을 시정권고했지만, 음저협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편곡자협회는 지난해 10월 음저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채익 의원은 "음저협이 정부의 저작권료 배분 개선 지시를 15년 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음원 저작물에 대한 사용료를 저작권자들에게 정당하게 분배하도록 관련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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