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안 하면 노래방·목욕탕도 못 간다?...'백신패스' 차별논란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1.10.27 01:15
마포구에서 100평 규모의 헬스장을 운영하는 박모씨(46)는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새 방역수칙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미접종 회원은 효력이 2일 정도인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확인서를 내면 회비를 할인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접종 회원들의 '역풍'이 두려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1주일에 2~3번씩 검사받고 헬스장 오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위드(With)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방역체계가 전환되면서 헬스장·목욕탕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이른바 '백신패스'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백신 접종에서 선택권을 박탈하고 강제조치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단체행동에 나선 곳도 있다. 반대로 백신 접종이 방역체계 전환에 필수적이라며 오히려 접종자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등하다.


백신 안 맞으면 가족이 병원 입원해도 '면회 금지'…"이건 국민 차별" 뿔난 시민·자영업자들



9월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백신 인센티브 관련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 = 뉴스1

정부는 지난 25일 공청회를 열고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목욕탕 등을 이용할 때 접종 증명서나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백신 패스'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접종자나 접종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사람은 시설을 이용할 때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없을 경우 출입 자체가 금지된다.

백신 인센티브(특전)가 과도해 개인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다중이용시설은 물론 결혼식 같은 행사의 경우 미접종자 참석시 인원 제한이 부과되기 때문에 사실상 접종을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일 가족 중 의료기관·요양시설에 입원한 사람이 있더라도 미접종자는 면회 자체가 금지된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체 인구(5134만 9116명) 대비 접종 완료자는 70.1% 수준인 3599만 2708명이다. 약 30%에 달하는 국민이 아직 접종을 받지 못한 셈이다. 만 18세 이상으로 한정해 봐도 18.5%가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다중이용시설의 출입금지 조치가 백신 접종 자체를 강제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4)는 "지금도 동호회 모임이나 회식 때에 미접종자는 암암리에 배제되는 분위기인데 백신패스가 도입되면 차별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가족이 아파 휴가를 낼 수 없어 접종을 미루고 있는데 개인 사정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했다.


'백신패스'의 대상이 된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울 광진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모씨(61)는 "하루 손님이 50~60분 정도 오는데 어림잡아도 이 중 10~15분 정도는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접종 계획이 없으신 분들"이라며 "이분들에게 일일이 음성확인서를 요구하기도 어렵고 돌려보낼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실내체육시설 운영자 단체들은 백신 접종을 확대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대한볼링장경영자협회는 이날부터 서울정부청사 앞·여의도 국회 앞에서 무기한 침묵 1인 시위에 돌입한다. 협회 관계자는 "백신패스 방침은 백신접종률 확대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관련 계획을 전면 수정해달라"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발판은 접종률…'백신패스 찬성' 말하는 시민들


10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시민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같은 인센티브가 불가피하다는 쪽도 있다. 그간 자영업자 등 일부 계층은 현행 거리두기 체계가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촉구해 왔다. '위드 코로나'의 발판으로 제시된 백신접종률 70%가 달성된 만큼 이같은 인센티브를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 아닌 구별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난 23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서울대 연구팀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나흘 간 전국 성인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56%가 백신 패스의 국내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응답도 68%에 달했으며 응답자 4명 중 3명은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바꾸자'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전략의 기본 조건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백신 접종"이라며 "(거리두기 조치를) 100% 다 해제할 수는 없더라도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가면 일부 거리두기를 완화하자는 게 위드 코로나의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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