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따에게 빠져버렸지 뭐야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1.10.26 10:50
염따, 사진제공=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


언더독의 승리, 데이토나엔터테인먼트 수장 염따를 일컫자면 이 표현이 아마 딱이지 않을까. 무명은 길었어도,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자로는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는, 단상 위에 올라 프로듀서로 대중에게 기꺼이 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의 랩 서바이벌은 총 두 번. 처음은 고등학생, 두 번째는 프로페셔널한 래퍼들의 멘토가 되었다. Mnet '쇼미더머니10'의 번외의 재미는 바로 이 염따의 입에서 나온다.


힙합신에서 인기가 많더라도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방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라면 더욱 힘들다. 염따는 방송에 출연해 뛰어난 예능감으로 이름을 알린 래퍼류는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알 법한 이렇다할 히트곡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나름 개성 있는 음악성으로 힙합신에서 점차 기반을 키워가다가, 자신에게 집중된 이목이 어느 정도 커지자 큰 이벤트로 잭팟을 터트렸다. 친구이자 래퍼인 더콰이엇의 명품 외제차를 박은 사연은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까지 알린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해당 사고를 수습할 수리비를 벌 목적으로 판매한 후드티가 하루 만에 4억원의 수익을 올린 게 알려져 큰 화제가 된 것이다. 그의 캐릭터를 잘 알던 힙합신에선 마냥 웃긴 해프닝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의 이름이 생소했던 대중은 '대체 누구기에?'라는 궁금증으로 그를 찾았다. 걸걸한 입담과, 유튜버에 가까운 과한 액션. 다소 관종 같지만 그게 바로 염따의 매력이다.


겸손한 성격도 아닌데다 깔 건 없지만 그렇다고 막 특별하지도 않은 음악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언더독, 염따의 출발점은 그 정도였다. 더콰이엇, 사이먼 도미닉, 딥플로우 등 동갑내기 래퍼들이 승승장구할 때도 염따는 거의 10년 여 정도를 홀로 제자리에 머물렀다. 힙합신은 냉담했고 리스너들은 조용했다. 그러나 이 시련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태도로 염따는 결국 화제의 중심까지 스스로를 운반했다. 좋게 말하자면 자신감이고, 대놓고 말하자면 날것의 야성적 매력이다. 방송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플랫폼에서 욕은 물론이거니와 돌려말할 줄 모르는 솔직함은 직설적이라 꽤 날카롭게 들린다. 허나 이 말과 행동이 밉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들리는 건, 말 속에 가식이 없고 은근한 위트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XX. 그런 것 좀 하지말라고." 염따는 '쇼미더머니10' 심사 도중 쿤타에게 이렇게 말했다. 방송 녹화 중에 욕설이라니. 아무리 매운맛 서바이벌인 '쇼미더머니'라지만 그 중에서도 염따의 욕설 섞인 멘트와 직설적인 심사평은 처음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유독 맵게 들릴 수 있다. 합격인 줄 알고 목걸이를 챙기려던 도전자에게 "아니 싫다고"라고 말하던 장면도 순간 시청자마저 민망하게 만드는 솔직함이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를 교묘하게 편집해 화제를 모으는데 이용한다. 여기까지의 설명만 보자면 그는 사랑받지 못할 악역 쇼맨이다. 그러나 '쇼미더머니10'을 애정있게 보는 시청자나 힙합신의 오랜 팬이라면 오히려 이런 염따에게 가장 열광한다. 그의 말과 행동엔 뼈가 없고, 의도도 단순하다. 복잡하지 않게 쇼를 가장 쇼답게 대하는 대범한 허슬러다.



일부 그의 태도를 두고 참가자들에게 무례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힙합신에 대한 이해와 염따의 캐릭터를 잘 알지 못해서다. '쇼미더머니10' 도전자 누구도 염따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다. 재밌게 듣고 가볍게 날려버린다. 그의 말이 불편했다면 뒷말이 나왔을 테지만, 힙합 커뮤니티는 깨끗하기만 하다. 그들 사이에서 염따는 입은 걸걸하지만 품넓은 동네형이고, 친해지고 싶은 '인싸'다. 특히 힙합신이라는 특수한 이 영역은, 자유분방함와 쿨(Cool)한 정서의 지배를 받는다. 남의 태도에 크게 개의치 않기에 애초에 이들에게 무례라는 단어는 잘 언급되지도 않는다.


특히 이번 '쇼미더머니10'에서 염따는 '어록 장인'으로까지 거듭났다. 칭찬을 할 때는 "잘게 잘게 백번 찔러도 한번 정확히 찌르는 걸 이길 순 없다" "힙합은 강하게 무식하면 그게 제일 멋있다"라고, 별로일 때는 "잘 핀 꽃이지만 향기는 없었다" "축구장에 미드필더만 가득 찬 느낌" "잘 차려놨는데 먹고 싶지 않은 식당"이라는 각종 어록을 탄생시켰다. 그는 래퍼 특유의 시적인 은유를 멘트로 적절하게 옮겨, 감탄스런 언어유희로 타 프로듀서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두 가져갔다. 자이언티 프로듀서는 염따의 멘트를 들으며 "책으로 나오면 꼭 살 것"이라고도 했고, 송민호 프로듀서는 염따의 팬임을 자처했다.


재치있는 멘트로 여유롭게 분위기를 장악하고, 때론 공격적이거나 직설적인 멘트로 극적인 효과를 내고, 자신이 카메라에 잡히는 모든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잘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도전자들이 좋은 랩을 들려줄 때 기꺼이 눈물까지 흘리는 유쾌한 쇼맨십으로 은근한 용기마저 북돋워준다. 그래서 이번 '쇼미더머니10' 출연 목적을 "돈"이라 밝히며 성공을 갈망하고 이를 숨기지 않지만, 야망으로 경직되어 있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애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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