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혐오...갈라선 대한민국[광화문]

머니투데이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 2021.10.27 05:45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로 다가왔다.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5년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뽑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축제가 아닌 파국을 맞은 듯 갈등의 연속이다. 공정한 경쟁을 하기보다 서로를 깎아 내리며 극한 갈등을 조장하면서 지지자들을 모으고, 지지자들은 서로를 혐오한다.

비단 보수와 진보의 갈등 만이 아니다. 젠더, 세대, 지역, 종교, 노사, 빈부 등 다방면에서 갈등의 골이 깊다. 마치 "같은 하늘 아래에 설 수 없다"는 불구대천의 원수를 보는 것마냥 상대방을 저주하고 증오한다.

지역난방시설, 쓰레기소각장 등 반드시 필요하지만 혐오시설로 치부되는 시설을 설치하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절대 안된다'는 님비(NIMBY)로 인해 갈등이 벌어진다. 남성과 여성간 갈등도 심각해 얼마전에는 기업의 포스터에 등장한 손모양을 놓고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서도 갈등과 혐오의 언어들이 쏟아진다.

이를 두고 모든 것을 희생하고 경제 성장이라는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 사회의 부작용이 드디어 터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압축 성장'의 신화로 불리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삶은 피폐해졌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8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종합해 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의 갈등지수는 55.1포인트를 기록, 멕시코(69), 이스라엘(56.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선진국인 프랑스(25.8p, 22위), 독일(29.8p, 18위), 영국(41.4p, 8위), 미국(43.5p, 6위), 일본(46.6p, 5위)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제분야 갈등은 3위로 지니계수 등 소득 불평등이 컸기 때문이다. 사회분야 갈등은 2위를 기록했다. 정치분야 갈등은 4위로 집계됐다. 이념적 색채에 따라 편향성이 심한 언론도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정작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할 정부의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재정적 인프라 수준이 낮음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갈등이 심화되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선거와 맞물려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갈등을 관리해야할 책임을 맡은 정부도 책임을 방기한다.

물론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갈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내느냐가 그 집단과 국가의 성패를 좌우한다. 갈등을 슬기롭게 풀면 그 사회는 오히려 한단계 성숙해지지만, 극한 갈등이 지속되면 그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은 갈등을 잘 봉합하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사회다. 내년 대선은 이러한 의미에서 갈등 해결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

갈등 해소는 정부와 정치권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과제다. 정치권도 이번 선거부터 혐오의 말을 쏟어나기보다 관용을 적용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언론의 반성과 변화도 필수다.

내년 선거를 계기로 새로 출범할 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적절하게 조절할 정부 권한을 더욱 강화하고 소통을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 등 일부 정부 기관이 갈등 조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통합을 위한 투자 강화는 필수다. 범정부 기관에서 사회 갈등 조정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각 부처에서도 갈등조정담당관을 만들어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난 마음을 풀고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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