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이날 당초 발사예정시간 오후 4시보다 1시간 늦은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에서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뭉게구름같은 화염을 뿜으며 발사대를 박차고 나간 누리호는 발사 4분 만에 1단 엔진, '페어링'(위성덮개)을 차례로 분리했다.
또 10분 만에 고도 650㎞를 통과했으며, 2·3단 엔진이 정지된 뒤 15분 후 위성분리에 성공했다. 이어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난 후 오후 6시10분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대에 섰다. 누리호가 고도 700km에 도달했지만 위성 더미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목표는 "미완이었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사후 브리핑에 나선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누리호의 전 비행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3단 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돼 위성 더미가 고도 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지만 초속 7.5㎞ 속도에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며 "오늘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더욱 분발해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사체를 만들어 쏘아 올릴 수 있는 독자 역량을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 9개국 뿐이었다. 또 1t급 이상의 실용위성을 쏴 올릴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미국·EU(유럽연합)·중국·일본·인도 등 6개국이었다. 나머지 3개국 즉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의 발사체 탑재 능력은 300㎏ 이하 위성으로 제한된다.
이로써 한국은 불과 30여년 만에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우주는 미래산업의 장으로서 전세계 강대국들이 각축을 벌이지만 막대한 비용과 위험부담, 기술력 한계 등으로 섣불리 도전하기 힘들다.
누리호는 앞으로도 여러 차례 추가 발사가 예정돼 있다. 항우연이 이번 비행을 '1차 시험'이라 부른 이유다. 이번에는 1.5t의 더미 위성을 탑재했지만, 내년 5월 2차 발사에선 0.2t의 성능 검증 위성과 1.3t의 더미 위성을 함께 싣는다. 이후로는 진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2024년, 2026년, 2027년 등 거의 매년 새로운 발사가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발사 참관 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발사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 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없이 이뤄졌다"며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선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오랜 시간, 불굴의 도전정신과 인내로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항공우주연구원과 학계, 300개가 넘는 국내 업체의 연구자, 노동자, 기업인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격려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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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난도 미션, 한발짝 모자랐다…흥분·탄식 섞인 나로우주센터
이날 오전 한때 발사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나로우주센터 상층부의 강풍으로 누리호 발사가 예정보다 늦어질 것이란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은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관계자들도 내심 8년 전 두 차례나 발사일을 연기됐던 '나로호(KSLV-Ⅰ)'의 기억을 떠올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항우연은 곧바로 "현재 오늘 4시 발사 예정은 변동이 없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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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시각 '1시간 연기'…"발사체 이상無"에도 초조 ━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발사대 하부 시스템 쪽에 문제가 있어 직접 사람이 가서 확인했고, 점검 결과 발사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도 "오전 11시30분쯤 지상 밸브에 문제가 발견돼 그 시점에 발사대 인원을 소개하고, 실무자가 접근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마지막까지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용 차관이 "비정상 발사 혹은 고층풍에 의한 발사 일정 연기가 예상될 경우 추가 위원회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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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친 나로호…'성공' 기대감에 "날아라! 가자!"환호성━
발사 10분을 앞둔 오후 4시50분, 발사자동운용(PLO) 시스템에 의한 자동 카운트다운이 개시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어 "발사 5분전", 그리고 최종 카운트다운 "5, 4, 3, 2, 1. 발사!"를 외치는 장내방송이 나로우주센터에 울려 퍼졌다.
오후 5시 정각, 대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누리호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솟구쳐 올랐고, 불과 2~3분 만에 육안에서 사라졌다. 발사현장 인근에 모인 항우연 관계자들은 저마다 "날아라!" "가자!" 등 환호성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1·2단 로켓은 물론 페어링(위성덮개)까지 성공적으로 분리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센터에서는 누구랄 것 없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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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날았지만 위성 안착은 실패…임혜숙 장관 "한 걸음 남았다"━
오후 6시10분쯤 상기된 표정으로 연단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완"의 결과를 알리자, 프레스센터에는 탄식이 쏟아졌다. 1.5t 위성 더미를 700㎞까지 견인해 누리호 로켓의 능력이 증명된 만큼 '사실상 성공'이란 긍정적 목소리가 우세했지만, 한편에선 더미를 궤도에 올리는 마지막 단계까지 완벽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게 묻어났다.
누리호는 이번 실패를 디딤돌로 삼아 앞으로도 여러 차례 발사될 예정이다. 정부가 애초 이번 비행을 '1차 시험'이라 부른 이유다. 이번에는 1.5t의 더미 위성을 탑재했지만, 내년 5월 19일 2차 발사에선 0.2t의 성능 검증 위성과 1.3t의 더미 위성을 함께 싣는다. 이후로는 진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2024년, 2026년, 2027년 등 거의 매년 새로운 발사가 기다리고 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내년 5월 2차 발사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 걸음 남았다"고 자평했다. 또 "미국 나사(NASA)처럼 전문성과 연속성을 갖고 우주 산업을 이끌어나갈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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