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0년 초·중·고교의 교내 왕따 인지건수가 51만7163건으로 전년보다 15.6%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교내 왕따 건수가 감소한 것은 7년 만이다. 지난 2013년 집단 따돌림 방지법 도입 이후 각 학교가 왕따 사례를 적극 조사해 당국에 보고하면서 2014~2019년 줄곧 증가했었다.
반면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메신저 채팅방에서 특정 학생을 욕하고 괴롭히는 행위는 1만8870건으로 지난해보다 5.3% 늘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 사례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온라인 왕따 사건이 전년보다 2.6배 늘어 중·고교 학생(1.3~1.4배)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왕따 피해 상담 창구에는 "동아리 친구들끼리 따로 채팅방을 만들어 나를 욕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 괴롭다", "같은 반 친구가 나의 모습을 몰래 찍고 이상한 모습으로 편집을 해 유포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채팅방에서 한 명에게 무서운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나도 같이 따돌림을 당할까봐) 무서워서 탈퇴를 못하고 있다" 등 내용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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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왕따 피해 급증…극단선택━
산케이신문은 "문부과학성은 'GIGA(기가) 스쿨 구상'에 따라 학생들에게 배포한 태블릿이 집단 괴롭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단말기를 학습과 관계없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각 학교에 지시했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태블릿 배포 이후 상황 판단이 잘 안되는 초등학교 어린이 대상 따돌림이 급증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상심리사 모리야마 오사야는 "어린이들은 친구와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상처를 받으면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어릴 수록 게임에 빠지면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고 감정조절이 어려운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에는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한 일본 도쿄도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나는 너희의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태블릿 채팅 기능을 이용해 수업 중 피해 학생에게 "징그럽다", "죽어버려" 등 욕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각 지자체가 '라인(LINE)'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나 메일 등을 통해 24시간 집단 괴롭힘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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