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이 해외 한류소비자를 상대로 조사한 '해외한류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년(2015~2020년) 간 권역별 한국에 대한 이미지 변화 양상을 파악해본 결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로 세계지도를 제작했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을 문화 콘텐츠 경쟁력이 높은 나라로 인식했다.
━
BTS에 갤럭시까지, '위험국가'→'문화강국' 됐다━
콘텐츠 다변화도 눈에 띈다. 기존 K팝 일변도에서 음식, IT전자기기, 뷰티 등이 합세하며 한류 지형이 달라졌다. 한식의 경우 동아시아·오세아니아·북미 등에서 1위에 올랐고, 아프리카에선 한국하면 IT제품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삼겹살 등 고유음식 뿐 아니라 불닭볶음면 같은 독특한 음식까지 유튜브에서 퍼지며 식문화 트렌드를 주도했다.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 갤럭시폰이 신흥시장에서 인기를 끈 영향이다.
무엇보다 한류가 만든 소프트파워의 힘이 한국에 대한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까지 없앴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단 분석이다. 동남아 등 인접지역이 아닌 권역에선 일반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매번 '한국전쟁', '북한 리스크', '북핵위협' 등을 거론했지만, 최근 조사에선 이 같은 답변이 현저히 줄었다.
오세아니아의 경우 북한 관련 키워드 연상이 5위 밖으로 밀려났고, 유럽에서도 '한국전쟁'만 5위를 기록했다. 역사와 정치적 불안정이 낳은 부정적 이미지가 빠진 빈 자리는 태권도, 뷰티 등의 문화콘텐츠가 채웠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소식이 늘어나고, 한글이 교육과정에 채택되거나 태권도 학원이 늘어나는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한국 문화콘텐츠가 늘어나며 전반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
소프트파워의 힘, 'K-인베이전' 온다━
이처럼 한류 콘텐츠의 연이은 성공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영향력까지 확대되며, 해외에선 한국의 소프트파워 경쟁력에 대한 분석도 시도하고 있다. 더 이상 마니아 중심의 서브컬쳐(하위문화)로 치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일각에선 과거 전설적인 록 그룹 비틀스의 미국 진출을 뜻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비견되는 'K-인베이전'이 시작됐단 목소리도 들린다.
단순히 문화 콘텐츠 소비·수출을 통한 경제효과 뿐 아니라 정치, 외교 등 다각도로 한류 영향력이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BTS가 최근 열린 UN 총회에 참석해 연설자로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은 "한류는 전례없는 세계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새롭게 얻은 영향력으로 한국은 국제정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맥도날드, 코카콜라, 비틀스 등 서구 문화가 소비에트 연방(소련)을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한국 소프트파워가 북한 독재에 도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