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면 북한·전쟁? "이젠IT·K드라마 생각나요"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21.10.18 14:00

BTS·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 확산에 국제무대에서도 '한류 소프트파워' 주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 콘텐츠'가 전방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이 달라졌다. '북한 핵 위협에 시달리는 곳', '전쟁 리스크가 있는 지역'으로 보던 인식이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글로벌 문화 영토를 장악하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신(新)한류 화룡점정을 찍으면서 본격적인 'K-인베이전(Invasion·침공)'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이 해외 한류소비자를 상대로 조사한 '해외한류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년(2015~2020년) 간 권역별 한국에 대한 이미지 변화 양상을 파악해본 결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로 세계지도를 제작했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을 문화 콘텐츠 경쟁력이 높은 나라로 인식했다.


BTS에 갤럭시까지, '위험국가'→'문화강국' 됐다


권역별 한국 연상 이미지 워드클라우드. /사진제공=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등공신은 한류 콘텐츠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오던 K팝이 BTS를 기점으로 글로벌 주류 음악시장을 점령하며 한국 대표 키워드가 됐다. 권역별(동아시아·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아프리카·유럽·북미·중남미)로 따지면 유럽 등 4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BTS가 빌보드 첫 1위를 기록한 '다이너마이트'를 비롯, 우리말로 가사를 쓴 '라이프 고즈 온'까지 정상을 차지한 파급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콘텐츠 다변화도 눈에 띈다. 기존 K팝 일변도에서 음식, IT전자기기, 뷰티 등이 합세하며 한류 지형이 달라졌다. 한식의 경우 동아시아·오세아니아·북미 등에서 1위에 올랐고, 아프리카에선 한국하면 IT제품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삼겹살 등 고유음식 뿐 아니라 불닭볶음면 같은 독특한 음식까지 유튜브에서 퍼지며 식문화 트렌드를 주도했다.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 갤럭시폰이 신흥시장에서 인기를 끈 영향이다.

무엇보다 한류가 만든 소프트파워의 힘이 한국에 대한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까지 없앴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단 분석이다. 동남아 등 인접지역이 아닌 권역에선 일반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매번 '한국전쟁', '북한 리스크', '북핵위협' 등을 거론했지만, 최근 조사에선 이 같은 답변이 현저히 줄었다.

오세아니아의 경우 북한 관련 키워드 연상이 5위 밖으로 밀려났고, 유럽에서도 '한국전쟁'만 5위를 기록했다. 역사와 정치적 불안정이 낳은 부정적 이미지가 빠진 빈 자리는 태권도, 뷰티 등의 문화콘텐츠가 채웠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소식이 늘어나고, 한글이 교육과정에 채택되거나 태권도 학원이 늘어나는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한국 문화콘텐츠가 늘어나며 전반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소프트파워의 힘, 'K-인베이전' 온다


(상하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달고나 가게서 손님들이 달고나를 자르고 있다. (C) AFP=뉴스1
한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흐름은 지속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공개 한 달도 되지 않아 전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하고,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전 지역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오르는 등 글로벌 신드롬을 낳고 있어서다. 정길화 진흥원 원장은 "오징어게임의 인기가 반영되는 내년 조사에선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한류의 양질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한류 콘텐츠의 연이은 성공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영향력까지 확대되며, 해외에선 한국의 소프트파워 경쟁력에 대한 분석도 시도하고 있다. 더 이상 마니아 중심의 서브컬쳐(하위문화)로 치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일각에선 과거 전설적인 록 그룹 비틀스의 미국 진출을 뜻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비견되는 'K-인베이전'이 시작됐단 목소리도 들린다.

단순히 문화 콘텐츠 소비·수출을 통한 경제효과 뿐 아니라 정치, 외교 등 다각도로 한류 영향력이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BTS가 최근 열린 UN 총회에 참석해 연설자로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은 "한류는 전례없는 세계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새롭게 얻은 영향력으로 한국은 국제정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맥도날드, 코카콜라, 비틀스 등 서구 문화가 소비에트 연방(소련)을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한국 소프트파워가 북한 독재에 도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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