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고가 전략에 있다. 애플은 신작을 낼 때마다 가격을 올리며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비싼 가격이 고급 이미지로 대변되고 충성고객 양산으로 이어졌다. "혁신에 대한 가격을 지불할 사람들이 늘 있다"던 팀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의 말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애플을 둘러싼 숱한 논란들도 아이폰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수년전 애플이 아이폰6과 아이폰7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췄을 때도, 아이폰8의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충성도가 높은 고객, 이른바 '애플빠'의 이탈은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아이폰 신작이 나올 때마다 갈아타기를 반복했다. 애플의 콧대가 높아진 이유다.
애플의 고압적 태도는 한국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수리를 잘 안 해줘서 수리 불가 사유를 캐물으면 '대외비'란다. 애플은 광고비도 내지 않는다. 매년 국내 이통사에 최대 300억원의 광고비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폰 광고가 이통사 돈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통상 제조사는 자사 휴대폰을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 이통사 눈치를 본다. 이통사가 휴대폰 판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유통 경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반대다. "우리 제품 좀 잘 부탁합니다"가 아니라 "우리가 제품은 내어줄테니 잘 포장해서 팔라"는 식이다.
애플의 갑질 아닌 갑질은 계속될 게 뻔하다. 배려하지 않아도 잘 팔리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겠나. 애플은 최근 출시하는 신작마다 혁신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는데, 걱정할 필요 없겠다. 당연시되는 고가 이미지를 만든 것에 견줄만한 혁신이 어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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