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선언했던 프랑스, 10년만에 U턴…"연내 1.4조 투자"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1.10.14 16:29

마크롱 대통령 "연내 원자력 발전에 10억유로 투자"…
소규모 원전 'SMR' 개발 박차...미·중·러·일 등과 경쟁,
한국도 속도붙는 탈원전 정책 다시 살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
프랑스가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에 대규모 예산을 투자한다. 지난 10년간 '탈원전'을 외쳐온 프랑스가 원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정책의 대전환을 꾀하는 것이어서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에 가속이 붙고 있는 한국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 2030' 투자계획을 공개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원자력 기술이 계속 필요하다"며 "올해 말까지 원자력 발전에 정부자금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2030년 이전에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원전이다. 앞으로 5년간 정부자금 300억유로(약 41조3000억원)를 저탄소 항공기, 그린수소 생산, 산업 첨단화, 스타트업 등 10대 하이테크 분야에 투입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원전 기술인 SMR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사고 위험, 막대한 건설 비용, 주민 이동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에너지 분야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이 '꿈의 원전'으로 불리는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운영을 중단한 프랑스의 한 원자력 발전소/사진=AFP


유럽 에너지 위기에 정책 대전환…재생에너지 아직 불안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마크롱의 이번 발표는 프랑스 원전 정책 방향을 10년 만에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대규모 사고가 난 이후 원전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원자로 14기를 폐쇄했다. 2035년까지 전체 전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을 75%에서 50%로 낮춘다는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이날 선언은 앞서 발표했던 정책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체 '에너지 믹스(화석연료·원자력·신재생 등 1차 에너지원의 비율과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꾼 것은 최근 유럽 전역이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상당수 국가들이 석유·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위기에 봉착한데 비해 원전 의존도가 70%인 프랑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상황을 보이면서 원전의 이점이 부각됐다고 FT는 분석했다.

프랑스의 한 원자력 발전소/사진=AFP
재생 에너지의 공급 상황이 불안정하고 저장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드러난 것도 프랑스가 원전 정책 방향을 바꾼 배경이다. FT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원전의 가치가 드러났다"며 "원전 개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개국 장관 16명이 지난 11일 '유럽인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프랑스 르피가로, 스페인 엘파이스 등 일간지에 싣기도 했다. 이들은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려면 원자력이 필수"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경쟁 후보들이 일제히 원전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약한 것도 마크롱에게 부담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발표로 마크롱은 친 원자력적인 성향을 보여줬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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