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 2030' 투자계획을 공개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원자력 기술이 계속 필요하다"며 "올해 말까지 원자력 발전에 정부자금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2030년 이전에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원전이다. 앞으로 5년간 정부자금 300억유로(약 41조3000억원)를 저탄소 항공기, 그린수소 생산, 산업 첨단화, 스타트업 등 10대 하이테크 분야에 투입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원전 기술인 SMR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사고 위험, 막대한 건설 비용, 주민 이동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에너지 분야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이 '꿈의 원전'으로 불리는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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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위기에 정책 대전환…재생에너지 아직 불안정━
하지만 이날 선언은 앞서 발표했던 정책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체 '에너지 믹스(화석연료·원자력·신재생 등 1차 에너지원의 비율과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꾼 것은 최근 유럽 전역이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상당수 국가들이 석유·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위기에 봉착한데 비해 원전 의존도가 70%인 프랑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상황을 보이면서 원전의 이점이 부각됐다고 FT는 분석했다.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개국 장관 16명이 지난 11일 '유럽인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프랑스 르피가로, 스페인 엘파이스 등 일간지에 싣기도 했다. 이들은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려면 원자력이 필수"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경쟁 후보들이 일제히 원전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약한 것도 마크롱에게 부담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발표로 마크롱은 친 원자력적인 성향을 보여줬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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