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충 XX" 여초카페 글에 동조·반박 댓글…모두 같은사람이었다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1.10.13 18:30

작성자가 제3자인척 댓글…'젠더갈등 증폭' 여초카페
전문가 "남성 혐오, 여성 혐오로 몰아가선 안돼"

/사진=임종철

#'스물 셋인데 열여덟살이랑 만나는 거 오바지?'라는 제목의 글이 한 여초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올라왔다. "딜리셔스(delicious, 아주 맛있는)", "키워서 잡아먹자", "한남충(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용어)들은 쉰내나는 XX들이 여고생 만나려고 하는데 뭐 어떠냐", "어차피 늙다리 한남충이랑 만나면서 더치페이할 바에 총각을 만나고 말지"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글 작성자와 댓글 작성자는 같은 사람이었다. 한국 남성을 비하한 댓글에는 공감을 표시하는 "222", "333" 등의 대댓글(댓글의 댓글)이 달렸는데 글 작성자가 모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글 작성자 본인이 익명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형성했다는 사례가 다음 카페 '여성시대' 등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과 반론 의견이 분분하다. 댓글 조작 사례를 두고 다른 커뮤니티에서 여성에 대한 조롱에 가까운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 혐오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다음 카페 여성시대 익명게시판 여론조작 게시글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 문제, 연애, 남성혐오 관련 등 젠더 이슈부터 학력, 직업, 연봉, 지역 비교 등 주제가 다양하다.

직업과 연봉을 공개하는 글을 올린 뒤 작성자 본인이 댓글로 여러 직업과 그에 맞는 연봉을 적어 위화감을 조성하고, 대학교 평판 관련 글을 올린 뒤 대학서열화를 조장하는 댓글을 다는 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성이 성별, 학력, 직업, 지역 등 다양한 계층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켜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젠더 문제와 관련된 글이 눈에 띈다. 회사 내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글, 숏컷을 한 자신을 남자친구가 비난했다는 글 등에 작성자가 댓글로 스스로 동조하며 남성 혐오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이다.

어린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인 '한남유충'을 쓰지말자는 글을 쓰고 스스로 조롱 댓글을 달고, 키 작고 못생긴 남자를 만나는 여자는 '루저'라는 글에 동조 댓글을 다는 사례도 나타났다.

일부 여론이 과대대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실제 현실로 확인된 것은 카카오는 지난 6일 포털 '다음' 카페 내 익명게시판에서 글 작성자가 작성한 댓글을 확인할 수 있는 '작성자 표기 기능'이 추가하면서다. 이번 패치로 인해 다중 계정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는 댓글 여론을 조작할 수 없게 됐다.


여성시대 카페의 댓글 조작 사례가 드러난 이후 디시인사이드, 루리웹, 아카라이브, 에펨코리아, 뽐뿌, 에브리타임, 더쿠, 인스티즈 등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베스트 게시판 다수가 조작글을 비웃는 게시글로 채워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한국 여자를 군대에 못보내는 이유'라며 "조현병은 경증도 최소 (신체등급) 5등급"이라는 비하 발언이 회자되기도 했다.

익명게시판이 활성화된 한 여초 온라인 커뮤니티의 사례를 단편적으로 해석해 여성 혐오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행정고시 수험생들이 모인 다음 카페 '행시사랑'에서도 여성 혐오를 표출하고, 공무원의 낮은 연봉을 비하한 글들에 작성자의 동조 댓글이 나타난 사례도 드러나기도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조작 사례의 당사자와 일반 사람을 비교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속성이 다르다"며 "댓글을 남기는 사람은 다수가 아닌데 소수가 글을 남기는 적극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마치 특정 성별 전체의 의견으로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번 사례를 과잉 해석해서 남성 혐오, 여성 혐오의 담론으로 몰고 가는 행위는 남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사회와 젠더에 대한 편협한 해석에서 벗어나 남녀가 공생할 수 있는 지향점을 찾는 것이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기본적인 사회 윤리"라고 밝혔다.

다음 카페 업데이트 공지사항. /사진=다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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