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도 돌려막기…관세청 '신종 전관예우'에 "기가 차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유재희 기자 | 2021.10.12 17:41

[the300][2021 국정감사]

그래픽=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세청 전관들의 이른바 '낙하산 돌려먹기' 의혹이 제기됐다. 낙하산 인사가 인사혁신처 판단에 가로막히자 일찍이 다른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전관을 밀어내는 식으로 자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밀려난 전관은 당초 낙하산 인사가 예정된 유관기관 본부장이 됐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모 전 국장은 2020년 2월 관세청 내정으로 한국면세점협회 본부장으로 재취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전 국장의 재취업은 인사혁신처로부터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에 유관기관 A사 대표 변모씨를 면세점협회 본부장으로 보내고 김 전 국장을 A사 대표로 보내는 '돌려먹기'식 거래가 추진됐다는 게 박 의원 설명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변 대표는 전체 임기 3년 중 14개월이 남았는데 이같은 거래에 의해 직장을 옮기게 됐다. 이에 변씨는 A사 잔여 임기인 14개월을 면세점협회에서 보장받는 일명 '특약 채용'이 체결됐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면세점협회는 2004년 설립된 관세청 산하 사단법인으로 롯데·신라·신세계·JDC면세점 등 국내 유명 면세점 기업들을 회원사를 두고 있다. 협회 이사장은 급여와 차량비, 업무추진비 등을 합쳐 한해 약 2억원을, 본부장은 1억5000만원을 받는 이른바 '꿀 보직'으로 꼽힌다.

임재현 관세청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박 의원은 또 면세점협회가 변씨의 임기 종료에 맞춰 지난 6월 본부장 채용공고를 게시하고 또다른 전관 정모씨를 내정했는데 이번에도 인사혁신처의 취업 불승인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정씨를 위한 '낙하산 돌려막기'도 시도됐는데 국감 움직임으로 일시 중지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박 의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전 한국면세점협회 직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관세)청에서는 그렇게 요청이 왔다", "여태까지 이사장 인사고, 본부장 인사고, 다 그렇게 한다 (관세)청이", "공고만 띄우면 안들어오지 않나, 아예 경쟁자가 없다"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제가 여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것을 눈 감고 갈 수 없다. 국감은 그래서 있는 것"이라며 "정말 기가 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3월부터 2년여간 관세청 인사관리담당관으로 근무한 김정 관세평가분류원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본인이나 직원을 통해서 (유관기관에) 연락한 적이 없느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 원장은 "없다"며 낙하산 돌려막기 의혹에도 "그렇게 취업한 사실은 안다. 절차에 따라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임재현 관세청장은 "의원님 말씀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취임 전 일이라서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려운데 청장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관 기관도 여러 기관이 있고 성격에 따라서 관세 행정 전문가를 필요로 해서 퇴직자를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며 "앞으로 제가 있는 경우에는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 관세평가분류원 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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