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편의점에서 갤워치4 팔았다고 노태문 불러세운 국회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 2021.10.08 08:45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7/뉴스1

30분. 지난 7일 국정감사장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과 국회의원이 질의응답을 주고 받은 시간이다. 이날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위원회(산자위) 국감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오전부터 이어진 중기벤처부와 산하기관 대상 질의는 오후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이어졌다. 노 사장을 포함한 일반 증인들은 오후부터 대기하다 기관 대상 질의가 끝난 오후 다섯 시가 다 돼서야 겨우 국감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날 노 사장은 삼성전자가 코로나 상생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갤럭시워치4(갤워치4) 등을 판매해 정부 정책의 취지를 해쳤다는 논란에 답하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작 30분을 위해 줄곧 기다리다 겨우 마이크를 잡고 답변에 나섰지만, 정작 질문엔 알맹이가 없었다.

노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은 이미 제기된 의혹을 반복했다. 이 의원은 "편의점 중에서도 국민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일반 가맹점에서도 갤워치4가 판매된 건 삼성전자가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깊숙이 주도한 결과일 것"이라면서도 증거를 내놓진 못했다. "삼성전자가 영세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국민지원금을 뺏을만큼 그렇게 궁하냐", "소상공인을 위해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에선 국민지원금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를 회피한, 왕서방 뺨치는 기막힌 기획"이라며 몰아 세웠다.

노 사장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마트24와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판매협의를 진행해왔다"며 "국민지원금 지급시기를 예상할 수도 없었고,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하는 갤워치4를 국민지원금과 맞출 수도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이었다. 삼성전자는 8월 말 갤워치4 출시 이후 편의점 중 국민지원금이 사용될 수 없는 직영점에만 공급했는데, 갤워치4가 인기를 끌자 일부 가맹점이 카탈로그 방식의 대리판매를 시작했다. 가맹점 판매는 삼성전자의 결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삼성전자가 밝힌 그대로다. 유통업체들의 해명도 이와 같았다. 그럼에도 노 사장은 똑같은 해명을 되풀이하기위해 출석한 셈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잡기위한 기업간 경쟁은 현재 최고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업체였지만 최근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로 1위를 지켰지만 샤오미가 17%로 애플(14%)을 제치고 2위에 오르며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 수장인 노 사장이 맹탕 질의에 답변한 30분과, 그 질의를 위해 대기했던 9시간은 결코 노사장 개인만의 시간이 아니다.

국감 시즌마다 기업인 '망신주기' 논란은 이어진다. 기업 총수나 대표를 국감장에 불러다 놓고 일단 "잘못을 인정하라"며 면박을 주면, 이들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혹이 있다면 기업도 당연히 국민 앞에 설명하고 사과하는게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인의 면박과 호통을 위해 글로벌 스마트폰 최전선에서 싸우는 수장을 불러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게 과연 국익에 도움이될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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