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이돌 '한국어 노래'까지 냈다…내친김에 1위까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한민선 기자 | 2021.10.08 09:00

[MT리포트]세계로 뻗은 '나랏말싸미'

편집자주 | 한글과 한국어가 한류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엔 취직과 유학을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면 지금은 "한국어가 좋아서 배운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창제된 문자인 한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주목하고 있다. 10월 9일 '575돌 한글날'을 맞아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글과 한국어 열풍의 현황 및 과제를 짚어본다.



한글로 美 빌보드 점령한 BTS…日 아이돌도 '한국어' 노래 냈다


③ K팝 한류 인기 타고 한국어 위상도 높아져…"한글·한국어는 한류의 본질, 문화산업에 적극 접목해야"

콜드플레이와 BTS가 함께 발표한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공식 영상. 전체 가사의 상당 부분이 한국어로 구성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너는 내 별이니까 나의 우주니까 / 지금 이 시련도 결국 잠시니까 / 너는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밝게만 빛나줘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적인 락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 1위에 올랐다. 빌보드 역사상 '핫100' 1위 경험이 있는 두 그룹이 합작해 만든 첫 1위 곡이란 대기록을 썼다.

마이 유니버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이후 13년 만에 콜드플레이를 빌보드 1위로 올린 곡이 가사의 상당수를 한국어로 썼다는 점에서다. BTS가 처음으로 'Hot 100' 1위를 기록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영어곡이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산 K콘텐츠가 전 세계를 장악하면서 한글과 한국어도 신(新)한류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K팝이 장악한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미국, 일본 등에서 한국어 가삿말이 담긴 노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 아이돌그룹 초특급이 지난달 '같이 가자'란 제목의 곡을 발표했다. /사진=불렛트레인 홈페이지

한글은 BTS를 통해 매력적인 언어로 소개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우리말로 가사를 쓴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으로 빌보드 '핫 100' 석권했다. 한국어 곡이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이다. BTS 멤버 슈가는 미국 인기 가수 할시의 신곡에 참여하며 한국어로 된 랩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마이 유니버스의 경우 콜드플레이가 먼저 BTS에게 한국어 가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선 BTS 뿐 아니라 현지 가수들도 한글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아이돌그룹 초특급(超特急)은 지난달 '같이 가자'라는 한국어 제목의 신곡을 발매해 화제를 낳았다. 심지어 가사에도 다소 어눌하지만 '오 괜찮아. 좋은 느낌' 등의 한국어로 된 가사를 사용했다. 해당 곡은 일본 음원 사이트 라인 뮤직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한 베트남에선 마치 K팝에 영어를 녹여쓰듯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베트남의 가수 비엣 아텐(Viet Athen)은 2019년 'Annyeong(안녕)'이란 곡을 냈는데, 후렴구에 우리말 안녕이 반복된다. Tam biet nhung yeu thuong, gian hon / Annyeong annyeong annyeong 식이다. 이 밖에도 '사랑해', '오빠' 등의 한국어를 가사로 사용하는 가수들도 볼 수 있다.
BTS '버터' 영상에 외국인 팬이 한국어로 남긴 댓글. /사진=유튜브 캡처

BTS를 비롯한 K팝 가수들이 전 세계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퍼진 결과다.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데 있어 한국어가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1020 세대에 익숙한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접하며 직접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미국 등 각국 음악시장도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K팝, K드라마 등 한류 인기로 최근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 교육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전파하는 기관인 세종학당만 해도 올해 기준 전 세계 82개국 234곳에 달한다. 특히 올해 세종학당 신규 공모에만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해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매년 한국어 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어를 글로벌 한류 문화 산업 확산에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은 "한글과 한국어 자체의 한류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 등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 역시 한국어와 한글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힘이 전달됐기 때문"이라며 "한글을 독학해 K팝 가사를 외워 부르는 한류팬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어를 한류 콘텐츠로 접목시키기 위한 구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67세 프랑스 할머니도 BTS 노래로 배운다…취미가 된 한국어


프랑스 캥페르 세종학당 소속 교원 김하니씨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

"한글 자모도 전혀 몰랐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한국어를 통해 꿈을 가지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 소속 교원 허지이씨(43)는 한국어 교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제자들이 한국 명절에 맞춰 카톡을 보낸다"며 "맞춤법이 조금 틀리더라도 한국어로 장문의 인사를 보내면 이 자리가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종학당 교원 233명(올해 상반기 기준)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로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세종학당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섬세하게 살피고 이들이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전 세계 57개국에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도깨비'·BTS 노래가 교재…"K-콘텐츠가 좋아서 배운다"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 소속 교원 허지이씨가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허씨는 케냐타대학교(Kenyatta University)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는 이유에 대해 "한국어를 배우는 목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고 밝혔다. 허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는 한국 유학을 꿈꾼다. 40% 정도는 K-팝(POP)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프랑스 캥페르 세종학당 소속 교원 김하니씨(31)는 엠바대학교(EMBA Business School)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학과 학생들이 주 대상이다. 한국 관련 무역업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9월부터 2월까지는 프랑스에서 수업을 듣고, 3월부터는 한국에 교환학생을 온다.

김씨는 "학교에 한·중·일 무역학과가 있는데, 과거에는 중국과 일본 학과가 인기가 많았다"며 "7~8년 전부터 갑자기 한국 학과로 오려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내에서 한국 사람을 마주칠 기회가 많아지고, 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늘어나면서 관심이 늘어났다"며 "프랑스에서 해외 문화를 받아들이는 트렌드가 한국 문화를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캥페르 세종학당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인 강좌도 열린다. 80%는 한국 문화·컨텐츠가 재밌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다. 김씨는 수업에서 67세 할머니와 한국 관련 수다를 나눈다. 그는 "한글날이 언제고, 세종대왕이 언제 한국어를 만들었는지부터 한국 지폐, 물가까지 다양한 것을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주 보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자연스럽게 학습 교재가 됐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K-웨이브(WAVE) 강의를 통해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오는 대사를 따라 해보고,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 가사를 통해 신체에 관련된 어휘를 배우는 식이다.

◇"교재에 CD, MP3 나와…Z세대에 맞는 교육 필요"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 소속 교원 허지이씨가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세종학당 교원들은 현지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부터 나라, 종교, 세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씨는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달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현지 학습자의 요구를 세심히 살피고 그에 맞는 맞춤형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무조건 전통문화를 고집하기보다는 한국 트렌드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뷰티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화장품을 지원해 주거나, K-로제 떡볶이를 요리하고 함께 먹어보는 식이다. 김씨는 "한국 문화 전파라는 취지에 맞게 Z세대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교재에 2000년대 학생은 모르는 CD, MP3 등이 나온다. 신조어 등 새로운 시대 상황을 빨리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처우 개선을 통해 전문성이 있는 한국어 교원수가 더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교원이 없다보니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지 않는 이민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며 "선생님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다. 4대보험 적용이나 정규직 근무가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소통도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허씨는 현재 한국에서 실시간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케냐 나이로비의 경우 인터넷 환경이 열악해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인터넷 때문에 결석을 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한계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소 열악한 상황에서도 세종학당 교원들에겐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듬뿍 느껴졌다. 허씨는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면 없던 애국심도 생긴다"며 "앞으로 한국어를 통해서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하면서 오래도록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이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아예 없다"며 "학생들을 만나는 게 너무 재밌고, 천직으로 느껴진다"며 한국어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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