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bro 대신 "오빠"…인기 폭발 한국어학당 "줄을 서시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유승목 기자, 한민선 기자 | 2021.10.08 08:00

[MT리포트]세계로 뻗은 '나랏말싸미'(上)

편집자주 | 한글과 한국어가 한류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엔 취직과 유학을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면 지금은 "한국어가 좋아서 배운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창제된 문자인 한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주목하고 있다. 10월 9일 '575돌 한글날'을 맞아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글과 한국어 열풍의 현황 및 과제를 짚어본다.



"Bro 아닌 오빠"…세종은 한글을 만들었고, BTS는 한글을 알렸다


①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어 유래 단어 대거 등재…한류 장착 한국어의 확산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가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한류'와 '치맥' 등 한국어에서 유래한 26개 단어를 추가했다. 단어만 등재한 게 아니다. 홈페이지에 'Daebak!'(대박)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관련글까지 게시했다. 옥스퍼드는 이번 결정을 두고 "한류 현상에 기인한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는 취미 생활의 하나가 됐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은 '오빠'와 '언니' 등 한국어에 익숙하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 자막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대기자로 넘친다. 베트남은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했다. 한국어와 한글의 달라진 위상이다.

◇한류에 올라탄 한국어…'Brother'가 아니라 '오빠'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남한과 북한을 합해 7730만명(14위)이다. 제2언어를 포함할 경우 한국어 사용 인구는 7940만명(22위)이다. 추가된 인원은 재외동포 등이다. 한국어는 제2언어의 사용 인구가 가장 적은 언어 중 하나다. 하지만 '한류'라는 무기를 장착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 제2언어로 사용하지 않지만,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이 늘었다.

정부는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을 내년에 36개 추가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종학당은 82개국의 234개다. 2017년까지만 해도 171개에 그쳤던 세종학당의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세종학당을 세워달라는 국가와 도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해외 초·중등학교의 한국어반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9개국 1669개 학교에서 한국어반이 운영 중이다. 한국어반의 학생은 15만9864명이다. 지난해에 과테말라, 덴마크, 라트비아, 르완다,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체코, 터키, 라오스 등 9개국에서 한국어반이 신설됐다. 교육부는 내년에 해외 초·중등학교의 한국어반을 45개국 2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어 열풍의 비결은 한류다. K팝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 팬덤이 형성되면서 한국어를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했다. '오빠'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팬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옥스퍼드도 'oppa'(오빠)를 사전에 추가하면서 "오빠는 유명 배우나 가수 등 남한의 매력적인 남자를 언급할 때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옥스퍼드는 'hallyu'(한류), 'K-drama'(K-드라마) 'unni'(언니), 'noona'(누나) 등의 단어를 새롭게 등재했다. 'bulgogi'(불고기), 'galbi'(갈비), 'japchae'(잡채), 'kimbap'(김밥) 등 음식과 관련한 단어도 다수 포함했다. 옥스퍼드는 'chimaek'(치맥), 'mukbang'(먹방)까지 그들의 사전에 담았다. 그들이 언급한대로 'K-업데이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어 확산' BTS의 힘

한국어의 해외 확산의 일등 공신 중 한명으로 BTS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BTS가 세계적인 락밴드 콜드플레이와 선보인 노래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는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 정상에 올랐다. 이 곡에는 '어둠이 내겐 더 편했었지 길어진 그림자 속에서' 등의 한국어가 등장한다. BTS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유엔총회에서 한국어로 연설하기도 했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교육 부문 자회사 하이브에듀는 해외 팬들을 위해 지난해 8월 'BTS와 한국어 배우자'(Learn! KOREAN with BTS)라는 제목의 한국어 학습교재를 내놓았다. 이 교재는 지금까지 30여개 국가에서 30만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영국 셰필드대와 미들베리대, 프랑스 에덱비즈니스스쿨 등 7개국 9개 대학은 해당 교재를 한국어 강좌 정식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하이브에듀에서 출시한 한국어교재 /사진=하이브에듀

지난 4월에는 BTS의 캐릭터인 타이니탄(TinyTAN)을 활용한 초급용 한국어 학습교재를 출시했다. 하이브에듀는 지난 1일 디지털 싱글 '가나다' 음원을 발표하는 등 한국어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어를 접한 외국인들은 한글의 과학적이고 쉬운 체계에 관심을 보인다. 유네스코는 1989년 '세종대왕 문해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제정했다. 문맹퇴치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세종대왕 문해상은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공자 문해상'과 함께 시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상식에서 중국 전통문화공연과 관련 학술대회까지 함께 개최한다. 한국은 주빈국이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시상식 참석에 머물고 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은 "한글과 한국어 자체가 한류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게임 등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 역시 한국어와 한글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힘이 전달됐기 때문"이라며 "한글을 독학해 K팝 가사를 외워 부르는 한류팬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어를 한류 콘텐츠로 접목시키기 위한 구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집트·터키에서 한국어 배우려면 번호표 받고 수개월 줄서야"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사진제공=세종학당재단

"이제 한국어를 배우려면 번호표를 받고 수개월간 줄을 서야 한다."

최근 새로 취임한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세종학당재단에서 "한국어의 인기에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수천명의 외국인들이 현지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이집트에 있는 세종학당이 수용할 수 있는 수강생수는 최대 120명에 불과하지만 대기자수는 2800여명에 달한다. 터키에 있는 세종학당도 최대 수강 가능한 인원이 230명이지만 대기자수는 2500여명이다. 400명 가까이 수강생을 받을 수 있는 러시아 세종학당에서도 800여명이 줄을 서고 있다. 통상 한 학기 강의가 3개월 정도 이뤄지고, 각 국가별 세종학당의 수용인원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세종학당에 들어오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전 세계에 세종학당을 보급하는 세종학당재단은 독일의 괴테인스티튜트와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같은 자국어 보급기관을 참고해 2012년 탄생했다. 하지만 이미 규모 면에선 훨씬 앞선다. 초창기 3개국 13개소에서 출발한 해외 현지의 한국어학당은 세종학당재단이 출범한 이후 2018년 56개국 172개소, 올해는 82개국, 23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진흥기반 조성 및 확산 사업 예산도 2018년 288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89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엔 920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내년엔 세종학당수도 270개소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어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차다. 이해영 이사장은 "세종학당을 세워달라는 국가나 도시가 너무 많다"면서 "하지만 교원 공급 등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결국 예산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다양한 부처와 함께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있는 세종학당 수업 모습/사진제공=세종학당재단

◇K콘텐츠 '한류' + 익히기 쉬운 '한글', 쌍끌이에 한국어 수요 급증

현지 외국인들을 세종학당으로 끌어모으는 힘은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이 가장 크다. 바레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현재 국내에서 생활 중인 자흐라 알사피(21·여)씨는 "대부분 한국어를 접하는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나 K팝의 영향을 받는다"며 "저도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외국인들 사이에선 한글이 배우기 쉬운 문자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어의 주요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과 스웨덴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설은지 강사(34)는 "외국인들도 한글이 단순하다고 느낀다"며 "대부분 일주일 정도면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알사피씨도 "세종학당에 가기 전에 드라마만 봤고 한글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며 "하지만 한글은 문자가 체계적이어서 배운 지 이틀 만에 익혔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막상 배워보면 다들 쉽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세종학당재단

한국어 교육이 대학교 등 고급 교육은 물론 의무교육으로 이어지는 추세도 빨라지고 있다. 2018년 태국 최고의 명문대 쭐라롱껀대학교는 한국어과를 개설했고, 2019년 베트남 정부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가 아닌 제1외국어로 선정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육이 가능하다. 베트남 하노이 국립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에는 매년 전과를 하려는 학생들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게다가 한국어 강의는 이미 일찍부터 온라인 교육에 대응해 오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세종학당재단에서도 앞으로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해영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한국어 교육은 다양한 IT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자국어 교육과 차별화 된다"면서 "이미 다양한 온라인 한국어 강의가 자리를 잡았고, 메타버스 등 다른 나라에서 생각하지 못한 학습 방법들도 우리가 먼저 시도했고 해외에서 반응도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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