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면…당신이 늙었다는 증거[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 2021.10.09 07:31
/사진=pixabay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만취해서 다짜고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때리는가 하면 고속도로에 맨발로 배회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대권 주자 중에도 이상한 사람들이 있으니 할 말 다했다.

회사에 가면 상사가 진짜 이상하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젊은 직원들도 만만치 않게 또라이다. 회사는 이상한 직원, 더 이상한 직원, 정말 이상한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런 이상한 사람들 틈에서 일하려니 진짜 힘들다.

이상한 사람을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같은 집에 사는 내 자식도 이상하다. 내 자식이라 참고 살지만 이해하기 힘들다.

요즘 세상에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가 했더니,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지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란 책에 답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노안이 신체적 노화의 신호라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는 것은 정신적 노화의 신호"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극소수의 정상적인 사람과 대다수의 이상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고 믿게 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나이가 들수록 상대를 아는데 필요한 정보량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상대를 안다는 확신이 커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두뇌가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속도는 느려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머릿속에 저장돼 있는 정보만을 가지고 "나는 저 사람을 잘 알아"라고 믿는다. 상대방에 대한 지식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 알던 지식으로 상대방을 보니 이해가 되지 않고 이상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상황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 그를 잘 안다고 확신하면서 그의 행동을 원래 성격이라고 단정짓고 판단하다 보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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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이상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둘째 이유는 "상대를 옛날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사장이 된 예전 부하직원을 보면서 "옛날에 겸손했는데 출세하더니 이상해졌어"라고 하는 식이다. 본인의 부하직원이었을 때 기억으로 사장의 행동을 바라보니 이상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나도, 다른 사람도 함께 성장해가고 함께 늙어간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사고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니 옛날 기억으로 지금의 모습을 이상하다고 판단한다.

셋째, 나이가 들면서 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바쁘면 주변 사람들을 평가할 시간이 없다. 특히 목표가 있는 사람은 목표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이상한지, 안 이상한지 판단할 겨를이 없다.

최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모두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다면, 당신에게서 목표가 사라졌다는 신호"라며 "하고 싶은 일과 해내야 하는 일이 사라진 마음의 공간을 '이상한 사람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래도 '세상엔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또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아직 젊은데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 왜일까.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요새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분이 안 좋으면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박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기 빼고는 모두가 이상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명확한 구분선은 없다. 마치 스펙트럼을 통과한 빛이 파장에 따라 분산돼 퍼지는 것처럼 다양한 파장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다만 사회의 질서를 위해 일부 끝 쪽에 위치한 파장의 사람들을 법으로 격리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 사회는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극단적으로 분열돼 서로를 향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외치는 듯한 분위기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로 점점 늙어가고 있거나 행복하지 않은 '헬조선'이라는 증거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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