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소비자 보호는 누구의 책임인가

머니투데이 주소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 2021.10.05 04:01
주소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
반년간의 계도기간을 마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9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상품의 구조와 모호해지는 금융상품 간의 경계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점차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과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제도 초기다보니 여전히 혼란스러운 면은 존재한다. 기업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 불만도 여전하다. 금융 당국이 1차적으로 이러한 시장의 혼란을 바로 잡고 실질적 금융소비자보호의 기반을 마련해야겠으나,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금융 당국만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시장에서 금융소비자가 보호의 대상만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금융거래의 주체가 될 것을 전제하고 있다.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금융소비자·당국·정치권 등 금융시장 참여자 모두가 각자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논의를 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선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금소법으로 인해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서비스의 불편을 초래하여 시장의 퇴보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불만 대신, 금융소비자 중심의 영업체계를 확립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전략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의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자체적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은 금융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금융 시장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당국은 소비자 보호 규제에 있어서 형평성과 효율성 등의 가치 추구를 위하여 편향적인 소비자 보호가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일부 소비자의 목소리에만 치중할 경우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특히 단기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경계하며 법과 원칙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언론 이목을 끌어 인지도 높이기와 이슈몰이에만 급급하다보면 감독기관의 잘못을 올바르게 지적하기 어렵다. 법과 원칙에 따라 당국의 소비자보호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평가함과 함께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소비자도 금융시장의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 금융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를 지키고 계약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금소법에 일부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더라도 금융소비자 보호의 수준을 높인 진일보한 법률로서 평가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간다면 과거보다 복잡해진 금융시장환경에서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증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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