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에 부정적인 김정은…돌파구 찾기 분주한 靑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21.09.30 16:04

[the300]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9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다음 달부터 남북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2021.09.30.

문재인 대통령이 '제76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한에 대화를 촉구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직접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다만 김 총비서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등 모호한 얘기를 해 향후 남북 간 대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3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전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경색돼있는 현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자제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담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발표 등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 중이다"고 말했다.

우선 김 위원장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한 건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힌다. 그간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가장 앞단에 둔 게 통신선 복원이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은 남북정상간 서신 합의로 7월 27일 복원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며 통신연락선을 다시 단절했고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 국면으로 치달았다.

이후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차례로 쏘아올렸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탄도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규정한 문 대통령을 '우몽'(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발사시험을 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2021.09.29.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상황에서 김 총비서의 메시지는 대화, 협력을 토대로 정상회담까지 이끌려는 한국에 대해 다소 유화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단계로 보고 청와대가 꾸준히 북측의 호응을 촉구했던 부분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 인터뷰에서 "통신선 복원에 대한 북한의 응답을 통해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1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종전선언에 대한 김 총비서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김 총비서는 이날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불신과 대결의 불씨가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선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적대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로 인해 예상치 않았던 여러 충돌이 재발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고 제시했다.

다소 모호한 표현이긴 하지만 지난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언급한 '이중잣대' 지적과 비슷하다. 북한의 미사일 등 무기 개발을 비롯해 체제 안정을 보장하라는 요구로 비춰질 수 있다. 김 총비서가 이날 미국을 언급하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총비서는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 교활해지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비난했다.
(AFP=뉴스1) 이재명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일각에선 김 총비서의 이번 대미 발언으로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동력이 상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조건없는 대화를 요구하는데, 북한은 이런 미국을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하는 상황인 탓에 남북미 사이에 '종전선언'이 자리할 공간이 없다는 얘기다. 남북미가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 할뿐 실질적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늘 김 총비서의 메시지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특별히 언급한 건 없다"며 "여러 상황에 대해 계속 면밀하게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이 실효성있게 진행되려면 남북미가 현재 취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선 북한은 핵과 ICBM 실험 중단을 더 구속력 있는 방식으로 약속하고, 한·미는 인도적 협력으로 제안된 민생 관련 협력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남북미가 지금처럼 종전선언을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라 좀 더 의미를 구체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액션을 취해야한다"며 "앞으로 남북미가 대화 조건을 논의하는 지루한 공방을 벌이기보다 상호신뢰를 더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싸구려 중국산' 무시하다 큰 코…이미 곳곳서 한국 제친 지 오래
  2. 2 "결혼 누구랑?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허웅이 남긴 '미련문자' 공개
  3. 3 제복 입고 수감자와 성관계…유부녀 교도관 영상에 영국 '발칵'
  4. 4 허웅 "치료비 달라는 거구나"…"아이 떠올라 괴롭다"는 전 여친에 한 말
  5. 5 "보는 사람 없어, 한 번만"…알바생 수차례 성폭력한 편의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