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감대 부족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 2021.10.01 05:13
"정부가 저희 얘기를 들어주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두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탄소 감축 여력을 넘어선 목표로 산업 전반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환경·종교계는 감축 목표를 더 높게 잡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혹자는 '시끄러운 게 민주주의'라 말하지만, 최근의 극단적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면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다. 30일 탄소중립위원회에 민간위원회로 참여한 종교위원 4인은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며 전원 사퇴했다. 이틀 전에는 산업계가 정부와 탄소중립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시민단체가 난입해 행사가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원인은 양측의 얘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의견을 얘기하기에 앞서 늘 '의견이 무시되고 있다'는 머릿말을 단다. 경제단체들은 지난 19일 정부가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키자 '당사자인 업계와 협의가 없었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환경·종교계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기업들의 의견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소중립위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의 입에서 조차 '짜여진 판이란 느낌이 든다'는 말이 나온다.


갈등은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정부의 탄소중립 페달은 쫓기듯 조급하기만 하다. 지난 5월 출범한 탄소중립위는 3개월 만에 세 가지 안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내놨다. 같은 달 야당의 반대 속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고, 기존 2018년 대비 26.3%에서 9%포인트 상향한 35%를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하한선으로 명시했다.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는 2030 NDC를 40%로 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전 지구적 전환이다. 속도보다도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에 방점이 찍혀야하는 과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자신에게 나무를 자를 여섯 시간을 준다면 그 중 네 시간을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고 했다.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딘 도끼로는 탄소중립이란 나무를 베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문영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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