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불친절한 방역당국씨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 2021.10.01 05:30
방역당국이 마음대로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일자를 당겨버렸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예정일이 다음달 11일부터 11월14일 사이인 대상자들로 10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접종 간격이 1~2주 줄어든다. 백신이 부족할때 이들은 접종간격이 원래 계획보다 2주 정도 더 늘어 났었다. 다 백신 수급 탓이다. 백신이 부족하면 간격이 늘어나고, 풍족하면 줄어든다.

백신 접종일정을 당국이 마음대로 강제조정하면서 주요 업무에 문제가 생긴 이들도 부지기수다. 대기업 임원 A씨는 접종일자가 강제로 1주일 당겨졌는데 이날이 이사회 날이다. 이마저도 일정이 일괄적으로 변경됐다는 뉴스를 보고 직접 홈페이지까지 들어가서 확인한 것이다. 정부가 보내준다던 통보는 아직 받지 못했다.

10월1일 인터넷을 통해 접종일자를 바꿀 기회가 있다고 한다. 혹은 해당 병원에 전화를 걸어 직접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 접종일자는 정부가 마음대로 바꿨지만 뒷감당은 국민의 몫이다. 이사회를 빠질 수 없으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화가 치민다"고 했다.

중소기업 A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1박2일의 백신휴가를 준다. 그래서 미리 직원들의 백신 접종날짜도 분산되도록 정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백신 접종일자가 당겨지면서 직원 여럿이 동시에 접종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무를 하기 위한 최소 인원도 근무하기 어려운 날도 생겼다. 여기에 휴가일정까지 겹쳐져 모든 것이 어그러져 버렸다. 수많은 이들이 모여 어렵게 정한 스케줄이 뒤죽박죽이 돼 버렸다.

접종자들을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도 난리가 났다. 접종 의료기관에는 변경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빗발쳐 이미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몇주 동안은 백신 접종자가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이들은 정부의 무성의함에 불만을 토로한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나 '백신 패스'가 거론되는 마당이니 당국 입장에서는 접종률은 높여야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접종률을 높이지 않고서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국민에 대한 배려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백신수급이 어려워 1차 접종과 2차 접종의 간격을 늘린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치자. 이번엔 그게 아니다. 백신이 충분하니 다시 접종간격을 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신이 충분한 만큼 국민들이 기존 접종일자를 유지할지 간격을 줄일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직장인 B씨는 "접종일자를 당기겠습니까"라는 선택지만 하나 있었더라도 혼란을 크게 줄 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괄적으로 접종일정을 단축하되 일정조정이 불가피한 이들에겐 본래 날짜에 접종할 수 있게 해줬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국민은 방역당국의 지침을 열심히 따르고 있다. 마스크 쓰라고 하면 마스크를 쓰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라면 단축한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묵묵히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정부 지침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행정편의주의다.

정부의 지시대로 잘 따른다고 해서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선의가 이어지면 권리인줄 안다"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있다. 국민들이 정부가 하라는대로하니 만만히 봐선 안된다.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국가와 대한 신뢰는 커질 것이고 정책의 효과도 커질 것이다. 방역당국에 국민에 대한 배려를 바라는 건 사치일까.

만약 일반 회사에서 이렇게 일처리를 했다면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사례는 차라리 방역당국이 그냥 무능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야 덜 씁쓸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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