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해도 수당 0원…"文대통령 '공짜노동 금지' 약속했는데"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김지영 기자 | 2021.09.28 17:00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2017년 5월 12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스1

'공짜노동 금지'를 골자로 한 포괄임금제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후 선정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임기를 불과 7개월여 남겨둔 지금까지도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는 연장·휴일근로 수당을 총 연봉에 포함해 계약하는 제도로,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수당이 정액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초과 근로에 대해 따로 보상을 받기 어렵다.



"가이드라인 제작중" 4년째 앵무새 답변하는 고용부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제작 현황에 대한 국회의 서면 질의에 "현재 판례 등을 토대로 지방관서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적인 전문가 자문 및 노·사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침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고용부의 답변은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이후 변하지 않았다.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은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위원회가 '전면 폐지' 방침을 내걸면서 고용부가 사업장 지도지침 형태로 내놓을 예정이었다. 나날이 포괄임금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대법원 판례들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고용부는 포괄임금제에 따른 공짜 노동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이르면 연내' 배포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할 뿐 매번 지키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에 없는 '포괄임금제', 대법원 판례로만 존재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장시간 근로 관행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는 사실 법적 개념이 아니다. 근로기준법과 정부지침 등에는 없고 대법원 판례로만 존재한다. 대법원은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해 노사의 서면합의를 통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수당 측정방식의 간편함 등을 이유로 근로시간이 명확한 사무직 등에도 널리 쓰여왔다. 2017년 기준 상용직 10인 이상 기업체 가운데 52.8%인 6만1000여곳이 포괄임금제를 쓰고 있다.

적지 않은 사용자들은 인건비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포괄임금제를 선호한다. 연장근로를 많이 시키든 적게 시키든 인건비는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업장은 포괄임금제를 '공짜노동' '무제한노동'에 악용해왔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공약에 '포괄임금제 개편'을 포함시킨 이유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에 기초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의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이를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며 "포괄임금 방식의 임금계약이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고용부가 준비 중인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에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에만 포괄임금제를 적용 △산정이 가능하다면 노사합의가 있어도 포괄임금제 전면 금지 △연차수당이나 퇴직금을 포괄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해 주 52시간을 넘길 경우 위법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문구 다듬는 중…노사단체 의견도 받아야"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 방치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촉구하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이 같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제작이 미뤄진 것은 그간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다른 노동 이슈들이 연이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포괄임금제마저 손댈 경우 과도한 노동 규제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혁 부산대 법학 교수는 "법원 판례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때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는 한 포괄임금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 고용부가 획일적으로 이를 금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허용되는 범위를 구체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경우 현장에 주는 메시지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거쳐 지금은 가이드라인 문구를 다듬는 중"이라며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단체의 의견을 받은 뒤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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