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노동 금지'를 골자로 한 포괄임금제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후 선정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임기를 불과 7개월여 남겨둔 지금까지도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는 연장·휴일근로 수당을 총 연봉에 포함해 계약하는 제도로,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수당이 정액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초과 근로에 대해 따로 보상을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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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제작중" 4년째 앵무새 답변하는 고용부━
이 같은 고용부의 답변은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이후 변하지 않았다.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은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위원회가 '전면 폐지' 방침을 내걸면서 고용부가 사업장 지도지침 형태로 내놓을 예정이었다. 나날이 포괄임금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대법원 판례들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고용부는 포괄임금제에 따른 공짜 노동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이르면 연내' 배포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할 뿐 매번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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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에 없는 '포괄임금제', 대법원 판례로만 존재━
적지 않은 사용자들은 인건비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포괄임금제를 선호한다. 연장근로를 많이 시키든 적게 시키든 인건비는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업장은 포괄임금제를 '공짜노동' '무제한노동'에 악용해왔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공약에 '포괄임금제 개편'을 포함시킨 이유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에 기초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의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이를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며 "포괄임금 방식의 임금계약이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고용부가 준비 중인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에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에만 포괄임금제를 적용 △산정이 가능하다면 노사합의가 있어도 포괄임금제 전면 금지 △연차수당이나 퇴직금을 포괄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해 주 52시간을 넘길 경우 위법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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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문구 다듬는 중…노사단체 의견도 받아야"━
권혁 부산대 법학 교수는 "법원 판례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때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는 한 포괄임금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 고용부가 획일적으로 이를 금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허용되는 범위를 구체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경우 현장에 주는 메시지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거쳐 지금은 가이드라인 문구를 다듬는 중"이라며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단체의 의견을 받은 뒤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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