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도 넷플릭스 품는다…영화·만화·문학까지 콘텐츠 '지각변동'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21.09.27 18:50

OTT 작품, 침체된 시장 활력 불어넣으며 주류 영화계가 받아들이기 시작…만화·문단권력도 웹툰·웹소설로

다음달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신작 '지옥'과 '마이 네임'을 선보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과 '마이 네임', HBO 아시아의 '포비든'을 볼 수 있다. 모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독점 공개작으로, 아시아 최대규모 영화제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개봉했단 이유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 객석에서 야유가 터졌던 4년 전을 떠올리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낳는 등 한국산 K-콘텐츠가 한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선을 긋던 영화계가 넷플릭스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영화의 의미가 재정립되고 있다. 영화 뿐 아니라 만화 장르도 일찌감치 웹툰이 장악했고, 문단권력은 웹소설로 옮겨가는 등 콘텐츠시장 전반에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OTT 화제작을 대거 선보인다. '온스크린' 섹션을 신설해 김진민 감독의 신작 '마이 네임' 등 OTT 신작 3편을 상영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이 비슷한 섹션을 운영 중인데, 아시아 영화제에서는 부산영화제가 처음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넷플릭스 작품만 7편을 선보인다. 영화 '승리호'와 '낙원의 밤' 등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됐던 작품들과 칸과 베니스에서 주목을 받았던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의 손' 등도 포함됐다. 올해 초청작 233편 중 OTT 비중이 상당하다. 이에 더해 역량있는 국내 신인감독과 독립영화를 발굴하기 위해 국내 OTT 플랫폼 왓챠의 이름을 딴 '왓챠상'을 신설했다.

TV나 모바일 화면 시청을 위해 만든 작품을 영화제가 불러들이는 것은 최근 글로벌 영화계의 흐름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영화시장이 침체되고 상황에서 OTT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이 아닌 OTT에서 공개되고, 스크린이 아닌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작품을 영화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신진 영화인들은 물론 거장들까지 작품성을 드러낼 수 있는 OTT 플랫폼으로 모여들고,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만 5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넷플릭스에서 걸작들이 쏟아져 나오면서다. 실제 국내외 화제를 낳고 있는 'D.P'의 경우 2014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했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회문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온스크린 섹션을 만들고 OTT 중심의 콘텐츠를 초청했다"며 "영화와 시리즈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이런 현실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웹소설 플랫폼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 중인 웹소설 전지적 독자시점(왼쪽)과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며 인기를 끈 웹툰 작품 유미의 세포들. 전지적 독자시점은 동명의 웹툰으로 연재되며 올해 거래액 100억원을 넘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은 CJ ENM OTT 플랫폼 티빙(TVING)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될 예정이다. /사진제공=네이버웹툰, 티빙
영화 뿐 아니라 만화, 문학 등의 장르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웹툰·웹소설이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서브컬쳐'로 취급되던 웹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아시아 최대 만화 전문 페스티벌인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웹툰 쇼케이스와 K웹툰의 방향성에 대해 토론하는 등 축제 프로그램 대부분을 웹툰을 조명하는 데 할애했다. 이달 진행된 국내 최대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도 웹소설에 특화한 특별전을 열었다. 26년 도서전 역사에서 처음으로 웹소설이 입성해 눈길을 끌었다.

대학마다 웹툰·소설학과가 생기며 전문 교육이 시작됐고, 신진작가들이 대거 유입되며 작품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휘발성 강하고 상업적 본능에만 충실하다고 치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관계자는 "신진 작가들이 웹소설과 웹툰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면서 하위 문화로만 보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웹소설은 기존 문예와 달리 창작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기존 문학계가 아직 주류 문학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문단권력은 웹소설로 분명히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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