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승부처로 꼽힌 호남대전은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승리로 끝났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국 단위 지지를 받는 이 지사가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출신지인 호남에서도 승리하면서 소위 '대세론'은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북 경선을 끝으로 후보직을 사퇴하며 이 지사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
이재명, 전북 '압승'…호남대전 '판정승'━
이재명 지사는 이날 오후 전북 완주 우석대 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지역 순회 경선에서 2만2276표(득표율 54.55%)를 얻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호남 우위를 강조했던 이 전 대표는 1만5715표(38.48%)에 그쳤다.
이로써 민주당 경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대전은 이 지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 지사는 전날 광주·전남 순회 경선에서 3만3726표(득표율 46.95%)로 이 전 대표(3만3848표·득표율 47.12%)와 접전 끝에 패했다. 그러나 이날 전북 경선에서 표 차이를 벌리면서 호남대전을 승리로 마쳤다.
당초 호남 경선은 대규모 선거인단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핵심 승부처로 꼽혔다. 광주·전남과 전북 등 호남의 권리당원·대의원 등은 20만4017명으로 경기(16만4696명)와 서울(14만4483명)을 앞선다. 민주당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지역별 구분 없이 '1인 1표'로 계산해 후보를 선출한다.
이 지사의 열린캠프는 최대 난관으로 여겨졌던 곳에서 거둔 승리에 한층 힘을 받는 분위기다. 호남은 이 전 대표의 고향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 출신 대통령이 없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전 대표가 또 2014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전남도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
흔들림 없는 '대세론'…김두관 '지지 선언'━
호남대전의 선전으로 이 지사 대세론도 더욱 탄력을 받는다. 이 지사는 이날 전북을 포함한 6차례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슈퍼위크 개표 결과 34만1858표(득표율 53.01%)로 과반 선두를 지켰다. 전날(52.90%) 대비 누적 득표율을 0.11%p 끌어올렸다. 이 전 대표는 22만2353표(득표율 34.48%)다.
경쟁 상대였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이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이 지사에 따르면 사전 교감 없이 진행된 깜짝 지지 선언이다. 김 의원은 이날 순회경선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로 경선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팀으로서 4기 민주 정부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 오로지 그것 하나 때문에 사퇴한다"며 "대한민국에 산적한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데 이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가 이재명 후보라고 생각한다. 자치분권 관련해 이재명 후보에게 (기회를) 넘긴다"고 했다.
남은 경선 일정은 수도권 등 이 지사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 지사 측은 다음달 9일 16만1093명의 권리당원이 있는 경기 경선 등에서 압도적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
호남 선택 받은 이재명…대장동 의혹은 '정면돌파'━
호남 경선은 야당이 연일 대장동 사업과 이 지사 간 연관성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치러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 전 대표 역시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번 지역 경선이 해당 의혹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지사가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당 사업 과정에서 설립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보도가 이날 오전 나왔고 이 지사는 즉각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기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곽 의원 아들 곽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 따르면 곽씨는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해 5억원의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2021년 3월 퇴사 전 50억원을 받는 것으로 계약이 변경됐다. 이후 2021년 4월 원천징수 후 약 28억원을 받았다.
이 지사는 이날 "국민의 힘에 경고한다. 도적떼 선동에 넘어갈 만큼 세상이 그리 어리석지 않다. 정신 차리고 제 발등 그만 찍으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니 그냥 계속하시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의 '사회주의자'식 공격 우려로 망설이던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를 과감히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지사가 25~26일 호남 경선에서 판정승을 거두면서 대장동 사업 의혹에도 불구하고 호남 민심은 이 지사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해당 의혹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도 여권에서는 여전히 이 지사를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여기는 셈이다.
이 지사는 "전남과 광주, 전북을 합한 호남 전체에서 저희가 기대 이상으로 많이 승리한 것 같다"며 "민주·개혁세력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의 높은 지지율은 아마도 본선에서 승리하라는 뜻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압도적 경선 승리로 내부균열을 최소화하고 본선경쟁력을 높여주고자 하는 호남의 집단지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제나 말씀드린 것처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결과 발표 후 "이번 투표에 참여해주신 전북 도민과 저를 지지해주신 당원동지께 감사드린다"며 "변함 없이 희망을 지니고 더욱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이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한 것에는 "본인 자유"라며 "국가 균형 발전 의지와 정책에 대해 존경하고 그 분 정책 중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