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한복판에 내걸린 납치범 시신…탈레반 "누구든 이렇게 된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1.09.26 18:01
기중기에 매달린 납치범 시신을 보고 있는 아프간 시민들 /사진=AFP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공포정치'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납치범 시신을 본보기로 도심 한가운데에 매달아 놓고 대중 앞에 전시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CNN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서부 헤라트 시내 곳곳에 납치범 4명의 시신을 기중기에 매달아 뒀다. 시신에 입혀진 옷은 피로 뒤덮였고, 가슴팍에는 "납치범이라면 누구든 이렇게 된다"는 문구가 붙었다.

사망자들은 지난주 헤라트에서 한 사업가와 그의 아들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원들은 납치범 4명과 함께 총격전을 벌였으며 이들을 사살하고 납치된 사업가와 그의 아들을 구출했다.

탈레반은 납치범들의 시신을 도시의 주요 광장으로 가져갔고 군중을 불러모았다. 휴대전화 판매원인 아마디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사람을 납치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탈레반 대원들이 시신을 매달자 많은 사람이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고 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이 같은 '경고'는 처음이 아니다. 아프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마자르 에 샤리프에서도 이달 초 납치범으로 의심되는 4명의 시신을 전시했다. 이들은 총상을 입은 채 사망한 상태였으며, 시신 위에는 납치범임을 알리는 수기 메모가 적혀 있었다. 유사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와 똑같은 처벌을 받을 것이란 탈레반의 경고 메시지다.

이는 탈레반이 잔혹한 형벌 체계로 공포 정치를 펼쳤던 과거로 회귀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탈레반은 최근 여성부를 폐쇄하고 권선징악부를 설치했다. 권선징악부는 탈레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에 '도덕 경찰'을 통해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살인범은 공개된 장소에서 총살을 당했으며, 절도범은 손과 발이 절단당했다.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허용됐다.

과거 탈레반 집권기 법무부 장관과 권선징악부 수장을 지냈던 물라 누루딘 투라비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경한 법 집행을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투라비는 현재 탈레반 정권에서 교도소 등 수용시설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투라비는 "아프간 법은 코란(이슬람 경전)을 근거로 할 것"이라며 "손발 절단형은 치안을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처벌은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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