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前정부와 판박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2심도 유죄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21.09.26 05:25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2.9/뉴스1
낙하산 인사를 위해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정 인사를 내치려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판박이로 거론됐던 사건인데, 여기서 유죄 판결이 나오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김용하 정총령 조은래)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이 유죄로 봤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 형량을 1심보다 6개월 낮췄지만 유죄 판단은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조윤선과 판박이


김 전 장관 등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압박해 억지로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사표 제출을 거부한 임원은 표적 감사를 받았고, 임원실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처럼 겁박해 사표를 쓰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 등은 청와대가 점찍은 내정자를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환경부 실·국장들에게 서류·면접평가 점수 조작을 지시한 혐의, 내정자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면접심사 지원자들을 전원 탈락 처리한 혐의, 심사에 관여한 공무원을 질책하며 좌천시킨 혐의 등도 적용됐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판박이다. 둘 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내치려고 사표를 종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과정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과 일하려 했다고 항변한 점이 닮았다.

재판 결과도 비슷하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김 전 장관 행위는 오로지 청와대 또는 환경부가 정한 내정자들을 임명하기 위한 것으로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일체 관련성을 부인하며 책임을 전가한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 재판부도 "환경부 산하 기관 각 임원 공모에 지원한 130명은 면접 심사를 준비하며 시간과 비용을 잃었고 결국 심한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이) 사표 제출 강요 등에 대해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보여줘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2심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대법원이 일부 혐의에 대해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파기해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두 사건 수사 검사들 정반대 길 걸어...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비판


두 사건의 차이점은 수사 시점에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붕괴한 후 이뤄진 수사인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문재인 정권 초반에 진행됐다. 이때문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수사 초반부터 견제가 심했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었다. 그는 친정부 성향 검사로 알려져있다.

두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 역시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박근혜 정부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들은 대부분 현 정부 초기 꽃길을 걸었다.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검사들은 모두 사건 수사 이후 좌천됐다. 수사팀을 이끌었던 한찬식 동부지검장, 권순철 동부지검 차장, 주진우 형사 6부장은 모두 수사 이후 인사 불이익을 입고 검찰을 떠났다. 남아 있는 수사팀도 인력 부족을 겪으며 힘겹게 재판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및 재판 결과를 놓고 보면 현 정부나 전 정부나 하는 행위는 변하지 않았다"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를 좌천시켰다는 점에서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행위가 더 나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2심 결론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수사팀 윗선이 모두 옷을 벗어 당시 수사검사들이 겨우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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