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 게임·뽑기' 매력있네...'오징어게임' 넷플 없는 中서도 열광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유승목 기자, 한민선 기자 | 2021.09.24 07:00

[MT리포트] 전세계 사로잡은 오징어게임(上)
① 넷플릭스 "훌륭한 이야기는 국가와 언어를 넘어서 통한다는 점, 오징어 게임이 보여줬다" 평가
②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적 정서·소재에 해외팬 관심…국내에선 작품성·표절 지적으로 호불호 갈려
③ 중국서 정식 서비스 안돼…대부분 불법 경로인듯

편집자주 |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전통적인 한류 시장 외에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도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시장을 석권했다. 해외 시청자들은 '오징어게임'의 빠른 전개, 미술, 음악 등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수치상으로는 한국드라마의 역대급 흥행기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오징어게임'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분석해본다.



구슬치기·뽑기·줄다리기 북미·중동서 통했다…오징어게임, 히트 비결은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OTT)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23개국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시장은 물론 단일국가 최대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사상 처음 한국 드라마가 1위에 오른 것. 여기에 물론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청자들의 안방까지 사로잡았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권에선 대부분 2위에 올라 있다.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한국 영화와 K팝에 이은 쾌거다.

해외 매체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미국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며 "특히 6번째 에피소드는 올해 본 TV 프로그램 에피소드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RTL도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면서 "당신의 신경을 자극할 훌륭한 시리즈"라고 추켜세웠다. 스페인 매체 시네마 가비아 역시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국 시리즈"라며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을 스릴러 장르로 파헤친다"며 극찬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거주하는 양모씨(39)는 "복잡한 이야기 없이 마지막 1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쉬지 않고 직진하는 스토리가 매력적"이라며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내용은 누구나 흥미로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훌륭한 이야기는 장르와 언어에 관계 없이 통한다는 점 보여줘"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이 '역대급 신드롬'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세계적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제시 린가드는 자신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실시간 공유하면서 국내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일반 시청자들도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달고나' 만들기에 도전하는 등 드라마 열풍은 TV 바깥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오징어게임은 훌륭한 이야기는 장르와 언어에 관계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오징어게임은 한국의 훌륭한 이야기를 국가와 언어, 문화를 초월한 엔터테인먼트 팬들에게 전달한 작품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해외 드라마 리뷰어인 케일렙 젠센스는 "드라마의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어릴 적 즐긴 게임의 순수함과 게임의 결과인 죽음이 대조를 이뤄 흥미롭다"며 "또 모든 캐릭터들이 줄거리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인간을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면서 "우리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드라마 구성과 설정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드라마 전문 리뷰 유튜버인 글렌 쏘츠는 "익숙한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어린이 게임에나 사용될 색채를 사용해 스릴러의 긴장감을 더한다"면서 "또 음악과 음향,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다"고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게임 같은 서바이벌 장르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더 익숙한 점이 인기로 이어졌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서바이벌 장르가 보통 자극적인 재미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오징어게임은 현실사회를 은유하고, 사회구조를 고발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美 열광한 '오징어 게임', 韓 '데스게임 덕후' 평가는 왜 박할까



"One of the best pieces of motion picture art(영화예술 최고 걸작 중 하나)" vs "장르 특성에 비해 긴장감이 전혀 없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명절 국내 '방구석 1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모자라 글로벌 신드롬을 낳고 있다. '한류' 강세 지역인 아시아는 물론 중동·유럽에서도 인기다. 미국에선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인기 콘텐츠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을 본 팬들의 반응이 묘하게 다르다. 해외에선 '굉장하다'는 감상평이 쏟아지는 반면, 국내에선 '다소 아쉽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형 데스게임' 장르란 기대감이 컸던 마니아들의 평가가 박해 정주행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을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대해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에 올라온 영미권 관람객 평가(위)와 국내 영화추천 플랫폼 왓챠피디아에 올라온 국내 관람객의 평가가 대조적이다. /사진=로튼토마토닷컴, 왓챠피디아

지난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에서 토마토지수 100%를 받았다. 최근 마블 신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받은 92%보다 높다. 작품 만족도를 '신선도'로 평가하는 만큼 최고점이 드물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의 이번 평가는 꽤 이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징어 게임은 전형적인 '데스게임' 서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데스게임은 말 그대로 생존을 건 게임을 소재로 극화한 장르다. 돈, 안락한 삶 등 보상은 다양하지만 패배할 경우 목숨을 잃게 돼 긴박감이 높다. 2000년 일본에서 선보인 '배틀로얄'을 시작으로 보편화 됐다. 영화시장 최고 흥행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헝거게임' 역시 데스게임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영미권 시장의 호평은 장르보단 소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가 지극히 한국적인데, 여기서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어둡고 불편한 현실적인 분위기에서 나오는 위트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방식과 다르고 탈북한 새터민, 다 큰 자식을 책임지는 노모 등 등장인물도 새롭다. 생존게임도 구슬치기, 줄다리기, 딱지치기 등 다분히 한국적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스위트홈(왼쪽)'과 영화 #살아있다. /사진=넷플릭스, 네이버 영화

이같은 한국적 정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성공으로 입증됐다. 실제 아시아 뿐 아니라 서양권에서도 대중문화 한류가 확산하면서 한국적 정서가 스며든 드라마, 영화들이 연일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승리호'와 '#살아있다', 드라마 '스위트홈' 역시 해외에서 최고 인기 콘텐츠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올해에만 국내 콘텐츠 제작에 5000억원을 쏟아붓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매체 시네마가비아(CinemaGavia)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리즈로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을 스릴러 장르로 파헤친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러한 호평에 동의하지 않는 시청자들이 상당하다. 영화 추천 플랫폼 왓챠피디아에서 오징어 게임의 평점은 2.9점에 불과하다. 기존 데스게임 장르에서 주목 받았던 작품들과 차별화되지 않을 뿐더러 개연성이 낮고 신파가 많아 장르 특성인 박진감이 무뎌졌다는 관람평이 많다. 해외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느낀 소재가 국내 시청자에겐 익숙한 만큼, 작품성에 보다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옛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은 신선했지만 이마저도 만화 원작인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징어 게임은 기괴한 인형이 심판을 보며 첫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데,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도 같은 상황에서 '다루마 상가 고론다(일본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벌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게임 소재 전반이 각국의 전통요소가 가미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기존 작품들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장르 특성 상 흐름이 비슷한 측면은 있지만 일본 작품들이 게임에 집중하는 반면 오징어 게임은 지나친 경쟁의 폐해 등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매일 목숨을 걸다시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를 설명했다.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황 감독은 "작품을 찍을 무렵에 (신이 말하는 대로와) 게임이 같다는 말을 들어서 봤는데 2008년 작품을 구상해서 대본을 쓸 때부터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설정했다"며 "만화가 공개된 것도 그 뒤로 알고 있다. 우연적으로 유사한 것이고 굳이 우선권을 따지자면 내가 원조"라고 밝혔다.



불법이라도 'K드라마'는 못 참지…중국도 '오징어게임' 신드롬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3일 오후 2시 기준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의 누적 조회수는 7억4000만으로 집계됐다./사진=웨이보 캡처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3일 오후 2시 기준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의 누적 조회수는 7억4000만으로 집계됐다. 근래 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같은 시간 약 3500만 조회수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오징어 게임'이 중국 내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도 '오징어 게임'이 4위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을 검색하면 중국어 자막이 달린 주요 장면 캡처본부터 후기, 게임 설명, 배우들의 일상 사진 등이 약 15만건 올라와 있다. 중국인 누리꾼들은 "서바이벌 게임이지만 인간적인 드라마", "매 게임이 스릴 넘친다", "안 본 사람들 빨리 봐라", "옆나라(일본)에서 만든 것보다 낫다"며 대체로 호평을 보냈다.

문제는 중국인 대부분이 불법 유통된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중국에서 K-콘텐츠 시청이 막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19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중국 북한, 시리아 등에서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지 않는 이상 이용할 수 없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도 중국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 평점 9.2점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불법 복제물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온라인 개봉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불법 복제물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우 사실상 K-콘텐츠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조차 없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준욱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 통신원은 "한한령 이전에는 중국 방송사가 판권을 사들여 합법적으로 방송하거나 프로그램 포맷을 차용했다면 사드 갈등 이후에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불법으로 표절 혹은 도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국인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데 그중 정식적인 판권을 수입해 합법적으로 방영되는 경우는 없다"며 "불법은 아직까지도 어떠한 특별한 규제 없이 방치되고 있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본고장인 미국의 톱10 콘텐츠 부문에서 1위에 올랐고, 전세계 넷플릭스 TV프로그램 2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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