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돈' 굴리는 주택기금…3년전 국내주식서 '18%' 손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황예림 기자 | 2021.09.23 17:02

[the300][2021 주택청약 리포트]주택도시기금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비해야<중>

그래픽=김다나 디자이너

주택청약 예치금 20조원 등을 넘겨받아 투자 운용 등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이 국내 주식 운용 부문에서 널뛰기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면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금은 지난해말 37조9772억원의 여유자금을 운용해 5.0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택도시기금법 9조에는 국토부가 기금에 여유 자금이 있을 때 대통령령으로 정한 방법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또 같은법 시행령 17조에 따라 △국채, 공채, 증권 매입 △공사 및 기금재수탁자 등에 예치 △기금이 매각한 대출자산을 기초로 발행된 주택저당증권 중 미상장 증권 매입 등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기금은 지난해 단기 상품에 1조8982억원을, 중·장기 상품에 36조790억원 운용해 각각 1.05%와 5.18%의 수익률을 올렸다. 특히 기금은 중·장기 상품 중 국내 주식(운용액 2조8480억원)에서 34.59%의 호실적을 거뒀다. 이른바 '불장'으로 불린 증시 호황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국내채권(26조8451억원) 2.40% △해외주식(2조9290억원) 9.59% △해외채권(1조8624억원) 5.76% △대체투자(1조5945억원) 6.87%의 수익을 거뒀다.

반면 2018년에는 전체 40조1568억원을 운용해 -0.4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기상품(9700억원)에서 1.47%를 기록했지만 중장기 상품(39조1868억원)에서 -0.47% 수익률에 그쳤다.

특히 이 기간 4조9707억원의 국내 주식을 운용하며 -18.20%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국내채권(29조3087억원) 3.12% △해외주식(2조9968억원) -6.32% △해외채권(7705억원) -0.84% △대체투자(1조1402억원) 3.74%를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와 미국 테이퍼링 이슈로 세계 증시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관련 뉴스가 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유동성 축소 및 증시 위축에 따른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주택도시기금이 여유자금 운용 재원으로 국민들이 내집 마련을 꿈꾸며 납입한 주택청약 예치금이 활용된다는 점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100조3031억원 중 21조1701억원이 청약저축 자금으로 조성됐다.

주택청약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꼽히면서 전국적으로 청약통장 가입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주택청약 통장에 몰린 예치금이 5년새 48.0% 급증하며 지난달말 기준 97조854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안으로 사상 첫 '주택청약 100조원 시대'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주식에 투자하게 되면 변동성과 리스크(위험)가 상당히 크다"며 "이익이 날 때는 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일명 '돈 놀이'를 한다는 관점도 있다"며 "본래 목적대로 임대주택 분양주택에 대출, 융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은 "주거복지 증진 등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주택도시기금의 조성 목적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여유자금의 운용 역시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외교통일위원장.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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