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7 보궐선거 토론회에서 혹평한 '연희동 교통섬 공공주택' 단지에 공급하는 주택의 상당 수가 서울시가 정한 원룸형 최소 면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로 확인됐다. 좁은 땅에 공급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다 외관만 새 건물인 '쪽방촌'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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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공공주택 단지 75%가 전용 15㎡, 서울시 원룸형 매임임대 기준보다 적어━
전용 15㎡ 주택은 최근 SH공사가 시행한 단지 중 가장 작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심지(역세권) 청년주택 및 원룸형 매입임대 최소 면적기준(전용 23㎡)을 밑도는 크기다.
현행법상 최소 주거면적인 전용 14㎡보다 커서 위법한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해당 기준이 2011년 이후 10년째 유지된 데다 주거환경 개선 요구가 높아진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거 트렌드가 바뀌면서 1인 가구 적정 주택면적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라며 "이런 초소형 주택은 기숙사나 원룸 대체 수요는 되겠지만 근본적인 전세난 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최소 주거면적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주자인 이낙연 후보는 지난 5월 최저 주거기준을 높이겠다는 주거정책 구상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7월 1인 최저 주거기준을 14㎡에서 25㎡로 상향하는 내용의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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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땅에 주택+생활SOC 통합 설계, 주차장도 없어…세금낭비 지적도━
같은 날 지구계획이 승인된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 공공주택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빗물펌프장 상부 6746㎡ 면적 부지에 짓는 13층짜리 건물에 전용 21㎡ 108호, 전용 41㎡ 35호, 전용 50㎡ 23호 등 166호 주택과 생활SOC를 조성할 계획이다. 부지가 준주거지역으로 연희동보다 건설 여건은 나은 편이나 좁은 임대주택이란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
특히 두 곳 모두 부지 여건상 지하화가 어려워 별도 주차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H공사 관계자는 "대학생 입주대상 행복주택으로 주차장 건립은 법적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장에 들어간 예산도 적지 않다. 연희동 공공주택은 542억6200만원, 증산동 공공주택은 277억4800만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혈세낭비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 30㎡ 미만 주택은 기존 다세대 원룸 형태로 꾸준히 공급돼 시장에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며 "공급량을 줄여도 전용 50㎡ 이상 주택을 공급하는 게 낫다"고 했다.
오 시장이 지난 토론회에서 교통섬, 물재생센터 등 중소형 유휴부지 활용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만큼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추가 공급계획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곳은 되돌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희동, 증산동 공공주택은 지구계획이 승인되고 공사계약을 마쳐 이미 상당액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별도 설계변경 없이 추진할 것 같다"고 했다. 연희동 공공주택은 2023년 6월, 증산동 공공주택은 2023년 10월 각각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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