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1kWh당 0원으로 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1kWh당 -3원임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전기대비 3원 오른 셈이다. 예컨대 전기를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가구의 경우 한달 전기요금이 1050원 오르게 된다. 전기요금이 오른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만이다.
한전에 따르면 10~12월 실적연료비(6~8월 기준)는 kg(킬로그램)당 355.42원으로 기준연료비 289.07원에 비해 66.35원 높다. 코로나19 백신 배포 이후 원자재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전기생산에 필요한 연료비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같은 연료비 변동을 모두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1kWh당 10.8원이 올라야 한다. 산업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설계할 때 급격한 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분기당 최대 3원씩 움직일 수 있게 해 상승규모가 제한된 것이다.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3원 인하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전기요금 조정이 인상이 아니란 시각도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인상했다기 보다는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라며 "2~3분기에 전기요금이 할인됐고 4분기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연료비 연동제가 추가적인 요금인상을 제한할 수도 있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기준연료비 대비 kWh당 5원까지만 오를 수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준연료비와 격차가 해소된 만큼 1kWh 당 최대 5원이 더 오를 수 있다. 만약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3원 인상한다면 2분기에는 2원까지만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해 8월 배럴당 45.42달러에서 지난달 69.35달러로 약 52.7% 올랐다. 국제유가는 전기생산에 필요한 주요 연료중 LNG(액화천연가스)와 벙커C유(BC유) 등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국제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공급부족, 한파 등이 겹치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게 글로벌 투자은행의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13일 발표한 투자보고서에서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하면 내년쯤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에 나서고 있으나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내년 중반쯤으로 예상됐던 100달러 도달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가 오면 연료비 연동제가 오히려 전기요금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추가로 폭등하더라도 전기요금은 지금 수준보다 최대 1kWh당 5원까지만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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