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3시쯤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나이키 매장 앞에 줄을 선 50대 남성 A씨는 "지원금 25만원을 '깡'해서 현금으로 20만원을 받았다"며 "사람이 많긴 하지만 얼마든지 기다려서 신발을 사갈 것"이라고 했다. A씨는 40여분 후 나이키 마크가 찍힌 갈색 종이봉투를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정부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 7일부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11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했다. 지원금은 백화점,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등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일부 임대매장에선 사용이 가능하다. 기자가 찾아간 아울렛 의류·잡화 매장에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곳은 없었다.
오랜 시간 기다려 입장한 아울렛 내부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었다. 매장마다 QR코드를 찍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화장실에선 칸마다 5~6명의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차례를 기다렸다. 화장실이 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기줄은 좀처럼 짧아지지 않았다.
이날 서점 앞에서 줄을 서던 박모씨(47)는 "오늘 아웃도어 의류를 사려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며 "나이키 매장은 대기줄이 50~70m 정도 늘어서 있어서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박씨는 지원금을 받았다면서도 "추석 연휴에 전통시장에 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상인들은 전통시장, 동네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의 사용으로 매출이 올라가거나 손님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원금을 식당, 편의점 등에서 사용하거나 '깡'을 받아 원래 용도와는 다르게 사용하는 탓이라는 설명이다.
안양 농수산물 시장에서 전어, 민어 등을 판매하는 상인 B씨(62)는 "요즘 지원금을 받아도 현금화를 하지 시장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며 "뉴스를 보면 시장에서 지원금을 많이 쓴다고 나오던데 상인들은 체감이 안 되고 여전히 어렵다. 차라리 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추석 당일인 지난 21일 음식을 사기 위해 전통시장에 들렀다는 C씨(55)는 "떡집, 반찬집 등에 새벽부터 줄을 서있던 몇 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시장에 손님이 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며 "손님 입장에선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빨리 나올 수 있어서 좋았지만 상인들은 어떻게 하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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