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전문]오경미 신임 대법관 "지금은 확증편향의 시대"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21.09.17 11:2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오경미(53·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 후보자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1.9.15/뉴스1
오경미 신임 대법관이 취임사를 통해 " 대법관의 소명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진다"며 "대법관으로서 많이 듣고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면서 사람과 사회의 궁극적인 가치와 진실을 탐구하겠다"고 했다.

오 대법관은 "지금을 일러 확증편향의 시대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상충된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지점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더욱 간절하고 대법원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중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서로 대립하는 것들을 화해시키고 결합시켜야 한다. 적대적인 깃발 아래 모인 양쪽이 서로 치고받는 과정을 거쳐야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대법원에서 가치 상충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오 대법관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찬성 184표로 통과됐다. 1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안을 재가했고 17일부터 임기가 시작됐다.

오 대법관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이리여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법관으로 일했다.
코로나 19 상황 탓에 취임식을 따로 열지 않았다.

아래는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구성원 여러분!
저는 대법관의 막중한 소임을 시작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오늘이 있기까지 오랜 기간 재판업무를 함께 해 온 동료 법관들과 법원 직원분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하여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옹호해야 한다는 사명과 함께, 최종 법률심인 대법원의 구성원으로서 법률해석의 통일을 이루어 법치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소명을 부여받은 자리입니다.

다양한 가치와 의견이 대립하는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다면성을 띄고 있기에, 대법관의 소명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더욱이 사람들은 지금을 일러 확증편향의 시대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상충된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지점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더욱 간절하고 대법원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서로 대립하는
것들을 화해시키고 결합시켜야 한다. 적대적인 깃발 아래 모인 양쪽이 서로 치고받는 과정을 거쳐야 진리에 이를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의 사명은 서로 다른 의견의 제시를 허용하고 경청과 토론을 거쳐 반성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법관으로서 많이 듣고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면서 사람과 사회의 궁극적인 가치와 진실을 탐구하겠습니다. 대법원이 법률의 합목적적 해석을 통해 차별과 혐오를 넘어 대립하는 가치가 화해하는 평화와 공존의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하여 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며 25년 전 법관직을 시작하면서 제가 썼던 글을 꺼내 보았습니다. 올바른 법의 길을 찾기 위해 때로는 선례와 관행을 과감히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치기 어린 거친 글이지만 저의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글의 말미를 소개해 드리며 말씀을 마칠까 합니다.

"먼지 쌓인 낡은 판례집 속에 길이 있을까요.
그 길은 편하고 안전하지만
때로는 문제 상황을 피해 숨을 수 있는 도피처는 아닐까요.
저는 법률기술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진정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꿈꾸며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법률인이 되어,
법의 올바른 길을 같이 가고 싶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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