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알리바바가 자회사 상장이 전격 중지되고 올해 3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가장 먼저 매를 맞았고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은 뉴욕증시 상장 후인 7월초 앱스토어에서 퇴출됐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이자 게임업체인 텐센트도 미성년자 게임 규제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때리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거의 플랫폼 기업이다. 대신 중국이 키우려는 건 제조업, 특히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강소기업이다.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2025'을 발표하며 제조업 육성에 나섰으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로 제조업 육성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화웨이는 최첨단 모바일 AP 조달이 어려워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축소했고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SMIC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강소기업 육성은 우리나라가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에 나선 사례와도 다소 비슷한 면이 있다.
중국의 강소기업 육성정책을 살펴보자.
━
'전정특신'(專精特新), 중국판 강소기업 키우기 ━
'전정특신' 기업은 특정한 분야에 전문화(專)되어 있으며 경영능력이 뛰어나고(精), 제품·서비스의 특색(特)이 분명하며 뛰어난 혁신(新) 능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뜻한다. 중국이 세수의 50%, 국내총생산의 60%, 기술혁신의 70%, 취업자수의 80%를 차지할 뿐 아니라 전체 기업 수의 90%에 달하는 중소기업 육성을 본격화한 것이다.
지난 9월 13일 샤오야칭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4만여 개에 달하는 전정특신 기업을 키웠으며 이중 5000개에 육박하는 전정특신 강소기업을 육성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2021~2025년) 중 100만개의 혁신형 중소기업, 10만개의 성(省)급 전정특신 기업과 1만개의 전정특신 강소기업 및 1000개의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일 시진핑 주석이 발표한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도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 중 하나다. 2012년 중국은 베이징에 신산반(新三板·신삼판)이라는 장외시장을 개설했으며 현재 기초(基礎)층, 혁신(創新)층, 정선(精選)층 등 3단계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기초층에 상장된 기업은 5988개사, 혁신층은 1250개사, 정선층은 66개사에 달한다.
베이징증권거래소에는 신산반의 정선층에 상장된 66개사가 대부분 이전 상장하며 일부 혁신층 기업도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이 보도되자마자 정선층 기업들은 대부분 20~30% 넘게 상승했다.
━
저장성·광둥성에 집중…대부분이 제조업━
4921개사를 지역별로 보면 저장성(省), 광둥성, 산둥성 등 경제가 발달한 동남연해 지역에 위치한 지역의 강소기업이 가장 많다. 저장성이 475개사로 1위를 차지했고 광둥성(434개), 산둥성(367개), 장수성(288개)이 2~4위를 차지했고 베이징(263개), 상하이(262개)가 뒤를 이었다
업종 별로 보면 IT, 장비제조, 전기·전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정특신 강소기업은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중국제조2025'의 10대 주요 분야인 차세대 IT 산업, 신에너지자동차, 전력설비, 항공우주장비, 제약·바이오, 신재료 등에 집중돼 있다.
올해 상반기 311개사의 당기순이익 평균치는 8376만 위안(약 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R&D 투입 강도(매출액 대비 R&D 비중)가 7.7%에 달할 만큼 높다는 점이다.
중국판 히든 챔피언의 발걸음은 이르면 연내 출범할 베이징증권거래소로 인해 빨라질 것이다. 시진핑이 키우려고 하는 건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중국을 대표할 강소기업이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