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을 연 것은 박 원장이었다. 권영철 CBS 대기자는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 원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정치개입 그런 거 안 한다.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 대기자에 따르면 박 원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는 윤석열 캠프를 겨냥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국회에서 내가 제일 먼저 터뜨린 사람이다. 모든 걸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원장이 거론한 사건은 윤우진 전 서장이 현직에 있던 2011년 세무조사 무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육류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서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얽혀 있다. 윤 전 총장은 그런 윤우진 전 서장과 식사를 하고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이 있었고, 윤 전 총장이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 전 총장에게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사건이라는 평가인데 박지원 원장이 이를 거론하면서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지 마라"고 한 격이다.
박 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총장 시절) 저하고도 술 많이 마셨다"며 "윤 전 총장은 나하고 개인적인 그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나는 한번도 (윤 전 총장에 대해) 나쁘게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니"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내가 국정원장하면서 정치개입 안 한다고 입 다물고 있는 것이 본인(윤석열)한테 유리하다. 내가 나가서 불고 다니면 누가 유리하냐"라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문제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 나는 정치9단이라 다 보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국정원장이라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발끈했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따로 만나 술을 마신 적도,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도 없다"며 "나에 대해 아는데 말 못하는 게 있으면 다 까고, 이왕 까는 거 빨리 좀 다 털어놨으면 좋겠다"고 맞섰다.
윤 전 총장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보기관 수장이 대선주자에 대한 사실무근 이야기를 언론에 하는 것 자체가 국정원의 선거개입이고 정치공작 아니냐"며 "국정원장 자리에서 그러지 말고 민간인 신분으로 한번 다 공개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석 윤석열 캠프 대변인도 CBS라디오에 나와 박 원장을 겨냥해 "정치 9단이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9단 답지 않다"며 "윤우진 세무서장 같은 일을 아킬레스건처럼 말하는데 2019년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 원장이 '그 자료를 다 봤는데 내가 연결하다 포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별거 아니야' 이런 말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이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박지원 원장이 휘말린 상황이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보 후 박 원장과 접촉을 한 게 확인되고, 보도 시점에 대해 "우리 원장님이 원한 날이 아니었다"고 말한 뒤 야당은 "박지원 게이트가 아니냐"며 공세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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