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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청부 고발' 지시했다?…文대통령-김경수는?━
여권 인사들은 앞다퉈 '윤석열 책임론'을 내세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충격적인 검찰의 청부 고발 사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검찰의 그런 행태는 대항하면 없는 죄도 만들겠다는 타락"이라고 비판했다. 여전히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검찰이 윤석열 가족 보위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 의혹에 윤석열 전 총장이 연루됐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는 점에 있다.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도, 제보자 조성은씨도 증명해낸 게 없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직책이 '검찰총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점 정도가 '윤석열 지시 혹은 묵인설'의 근거다.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이 많은 셈이다.
민주당에 '내로남불의 부메랑'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던 게 불과 지난 7월의 일이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대변인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활약했고, '드루킹 댓글 조작' 역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청부 고발' 의혹에 윤 전 총장을 연계시킨 "최측근이 한 일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는 논리는 '드루킹 댓글 조작'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에 청부 고발 책임이 있다면 문 대통령에게도 댓글 조작의 책임이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라디오에 나와 "김경수 전 지사는 문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드루킹 댓글 조작을) 사주한 건가. (여당에서) 아니라고 하지않았나"라며 "이거 잘못하면 그냥 둘 다 세트로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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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조성은 제보' 지휘? 그럼 윤석열은? ━
조씨가 지난 12일 SBS에 나와 이번 의혹의 보도 시점과 관련해 "사실 9월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박지원)이나 내가 원했던 거나, 내가 배려 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고 한 게 논란이 됐지만 조씨 본인이 "얼떨결에 나온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상황이기에, 검증이 더 필요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은 '박지원 게이트'라는 단어까지 쓰며 박 원장의 정치공작설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조씨의 '우리 총장님' 발언에 대해 "나에 대한 정치 공작을 함께 상의하고 논의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그 모든 것에 박지원 원장이 결부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원장이 모든 것을 다 지휘한 꼴"이라고 했다.
정황을 검증하자는 것과 '국정원장의 선거개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검찰총장의 복심인 수사정보정책관이 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검찰총장이 다 알 수 없다고 해명해온 윤석열 캠프가, 조성은씨와 특수관계인 박지원 원장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내로남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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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 내로남불…"허탈해질 것"━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애초에 '총장 사주설'이나 '원장 공작설'이나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 많은 설"이라며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도 처음의 (문제) 제기가 정당화될 수 없는 '스모킹건 없는 스모킹'"이라고 평가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 "결국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 난리를 피웠나 하며 허탈해하는 시간을 맞게 될 것만 같다"며 "정치란 게 참 쓸모없을 때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결국 각자 믿고 싶은대로 믿으면서 투표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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