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1.09.14 04:00
(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이 3일 김포시 걸포동 소재 일산대교 톨게이트 현장에서 '일산대교 무료화 선언 합동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포시 제굥)2021.9.3/뉴스1
"그 때 빚내서 그걸 샀어야 하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우스갯소리로 해봤을 법한 푸념이다. 사후적으로 보면 뭐든 쉬워보인다. 그러나 투자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동원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 시점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무적·비재무적 리스크를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인프라 사업에 민자사업(민간투자사업) 방식이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부처에서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도 민자사업 유치를 검토한다.

최근 정부가 전국 주요 5개 구간의 광역철도 건설을 민자사업(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이유도 "대규모 투자 소요"였다. 공공이 오롯이 짊어져야 했던 리스크의 일부를 민간이 부담하도록 하는 대신 민간이 해당 사업에서의 이익을 향유하도록 하면 전체 편익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민자사업에는 MRG(최소운영수입보장)처럼 사업자의 비용 보전을 가능케 하는 장치를 두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민간 사업자로서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를 설치한 후 장기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플러스 수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인책을 통해서라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민자사업의 결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확인된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현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일부 구간, 서울 양재와 경기 광명을 잇는 강남순환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등 다수 고속도로들이 민자사업으로 탄생했다. 경기 남부지역과 서울 강남권을 연결하는 신분당선이나 경기 서부권 남북을 잇는 대곡소사선 및 서해선 등도 민간자금을 끌어들여 진행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공익처분을 통한 무료화를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일산대교 역시 민자사업으로 건립됐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지분을 취득했고 지금까지 10여년이 흘렀다. 일산대교가 플러스 수익을 낸 것은 불과 5년이 채 안됐다고 한다. 일산대교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간 경기도의회와 고양-파주-김포 등 일산대교 인접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있었을 뿐이었지만 이 지사가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오르면서 재차 논란에 불이 붙었다.

문제는 이번 일산대교 논란이 단지 선거철 고질적으로 불거졌던 포퓰리즘 논란으로만 간주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권 유력 대권후보가 직접 나서서 사업권 운영자를 겨누는 모습이 미치는 영향력은 다르다. 예전에는 비지떡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방치됐던 것이 이제는 찰떡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언제든 중앙·지방정부가 사업권을 환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누가 선뜻 리스크를 지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한 중견 PE(프라이빗에쿼티)의 대표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다수가 외면하던 영역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자본의 가치는 무시되고 단지 몸으로 하는 노동만 신성시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며 "이번 논란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불신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자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는 하는 것이냐는 비판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황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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