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로는 교육(16.8%) 환경(12.4%) R&D(연구·개발, 8.8%) 보건·복지·고용(8.5%) 분야의 증가율이 총예산 증가율보다 높다. 특히 R&D 예산(29조8000억원)은 이번 정부 들어 10조3000억원 증가(연평균 8.9%)해 3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R&D의 역할이 그만큼 주목받았다는 방증이다. 단기적으로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현안 기술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속화할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의 글로벌 이슈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어려운 나라살림에도 불구하고 R&D 예산편성에 각별한 신경을 쓴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기획재정부의 노력과 고민이 엿보인다.
정부의 R&D 투자확대와 더불어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논문, 특허 등 전통적 지표뿐만 아니라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유럽연합(EU) 등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혁신지수와 과학기술 경쟁력도 높은 순위다. 일각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 R&D 예산규모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R&D에 대한 투자는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R&D 투자를 1로 볼 때 미국(7.6) 중국(3.9) 일본(2.1) 독일(1.6) 등에 비해 여전히 양적으로 부족하다. 정부와 민간투자의 불균형도 불안요소다. 우리나라의 정부 R&D 투자비율은 21%로 미국(30%) 영국(32%) 등 주요국 평균(3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민간이 초기에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분야, 도전적 R&D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의 R&D 투자를 꾸준히 늘려야 한다. 반도체와 5G(5세대) 네트워크장비,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사이버보안과 양자통신,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선진국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살 수 있는 길은 R&D뿐이다. 붉은 여왕이 지배하는 기술패권 무한경쟁의 시대에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오히려 뒤처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오늘이 있기까지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믿는다. 정부가 뚜렷한 목표를 세워 꾸준히 투자하고, 일선의 연구자들이 밤낮없는 열정으로 과학기술입국, 대한민국을 만들어왔다. 식민지배와 전쟁의 상흔을 딛고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 익숙한 추격형 전략에 작별을 고하고 미지의 영역을 선도해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경쟁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과 R&D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야 할 때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가 R&D 투자 100조원 시대를 맞이하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하는 문제만큼은 여야 구분 없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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