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사거리 1500㎞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으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탄도미사일(로켓엔진)과 비교해 속도·파괴력은 뒤처지지만 정밀타격이 가능한 무기다. 사거리 1500㎞는 남한 전역은 물론 일본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범위이며 우리 군에서 2012년 전력화된 순항미사일 '현무-3C'(1500㎞)와 같은 수준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국방과학원은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시험 발사한 것은 지난 3월21일 발사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 수석 대표 협의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을 하루 앞두면서 대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북측이 남측을 향해 군비경쟁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군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최종단계인 잠수함 탑재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한 상태다.
다만 이번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과 비교하면 저강도 무력 시위에 가깝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체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반면 순항미사일은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ICBM 화성-15형은 사거리가 1만3000㎞로 추정된다. 뉴욕·워싱턴 등 미 본토 대부분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시험발사의 성과와 관련해선, "새로 개발한 터빈송풍식발동기의 추진력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과 미사일의 비행 조종성, 복합유도결합 방식에 의한 말기유도명중 정확성이 설계상 요구들을 모두 만족시켰다"면서 "총평 무기체계 운영의 효과성과 실용성이 우수하게 확증되었다"라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우리가 최근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SLBM 에 대해 상당한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신형전략전술무기 개발 명분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작용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측의 시험발사 시점과 관련, "속도와 수위 조절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지 정해진 스케줄, 즉 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에 따른 성과를 과시한 것이며 앞으로도 더 강력한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임을 예고했다"고 했다.
한미의 대북 인도적 지원 노의와 관련, 임 교수는 "북한의 영변원자로재가동, 신형미사일 시험발사 등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모색하는 한미의 노력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시험발사의 의도와 관련, "북한은 지난 8월 10일과 11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사실상 무력도발을 예고한 바 있다"며 "순항미사일을 선택하여 미국과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발표한 '미싸일의 비행조종성, 복합유도결합방식에 의한 말기유도명중정확성' 등은 탄도 미사일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북한이 핵탄두를 충분히 소형화하였다면 순항미사일에도 탑재 가능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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