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수장' 파월 내보냅시다? 美 민주당 내 분열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1.09.10 00:03

진보파 '기후위기 대응' 앞세워 교체 요구
중도파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우려 표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뉴스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거취를 둘러싼 미국 민주당의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 내 진보성향 의원들은 기후변화 등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의제에 맞춰 새로운 연준 의장 임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도성향 의원들은 파월 의장의 연임을 주장하며 진보파의 요구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만료된다. 미국 대통령은 통상 연준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가을경 차기 의장 후보를 지명하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월에는 차기 연준 의장에 관한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 중도파인 존 테스터(몬태나) 상원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월 의장 연임에 대한 민주당 내 의견 대립이 격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테스터 상원의원은 진보파 의원들이 기후변화를 앞세워 연준 의장 교체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 "중앙은행(연준)을 정치화함으로써 경제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며 "그들(연준 이사)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축구'에 연루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중도파 의원들은 파월 의장이 코로나19(COVID-19) 위기에 잘 대응하고, 노동시장의 중요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며 그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테스터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켰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며 "이것이 내가 파월 의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의원들은 파월 의장이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소극적이라며 연준 의장 교체를 통한 연준의 정책 방향 전환을 원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뉴욕), 러시다 털리브(미시간),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하원의원 등은 지난달 30일 파월 의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연준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인종과 경제적 정의 증진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돼야 한다면서 연준 의장 교체를 주장했다.

성명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재앙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기후 위험 제거를 위한 과감하고 단호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연준 수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파월 의장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금융규제를 완화하면서 미국인의 삶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연준 의장은 미국 상원의 승인을 통해 임명되는 만큼 하원의원들이 연준 의장 선출에 공식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의 파월 의장 연임 반대 공동성명이 차기 연준 의장 선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상원 내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는 있다. WSJ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과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연준의 금융규제 완화를 문제 삼으며 파월 의장 연임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파월 의장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충돌이 격해짐에도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4년 전 파월 의장을 지지했던 상원의원 대부분이 여전히 투표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WSJ은 "파월 의장은 2018년 찬성 84표로 연준 의장이 됐다. 당시 찬성표를 낸 상원의원 68명이 아직 공직에 남아있어 상원 내 중도파 세력이 더 강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공화당 소속이던 지난 2018년 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임명됐다.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그는 '트럼프 인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연준 이사로 이미 지명됐고, 연준 정책을 두고는 트럼프 전 행정부와 자주 충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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