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따뜻하게 입어라"…아빠 댓글에 '울컥' 성매매 그만둔 여성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21.09.09 11:41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춥다. 감기 걸린다. 따뜻하게 입어라."

조건만남을 하려고 추운 새벽 한강에 나온 A씨는 인스타그램에 달린 아빠의 댓글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할까…이게 좀 컸어요."

아빠의 댓글을 본 A씨는 자신이 조건만남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처음으로 조건만남을 중단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발간한 '제주지역 성매매 피해 청소년 실태와 지원방안'(연구책임자 이화진 연구위원) 연구보고서에는 과거 성매매(조건만남)를 했던 A씨(26)의 사례가 소개됐다.

홀로 아이들을 키운 A씨의 아버지는 야간작업으로 집을 자주 비웠다. 대신 아버지 지인들이 A씨와 남동생을 돌본 적도 많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아버지 지인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

A씨는 엄마도 없고 제대로 씻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왕따를 피하기 위해 물건이나 돈을 훔쳐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자신을 괴롭혀도 관계를 지속했다.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A씨를 성매매의 늪으로 빠뜨렸다. 어렵게 사귄 한 친구는 어느날 "너 이거 한 번 해볼래? 남자랑 성관계 하면 돈 준대"라며 성매매를 제안했다. A씨는 "이 친구랑 같이 있으려면 이거를 해야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10대 청소년기부터 20대까지 조건만남을 지속한 A씨가 결정적으로 성매매를 그만두게 된 계기도 친구였다. A씨는 "제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걸 엄청 신경쓰고 있었는데 어느날 친구가 저에 대해 '걔 좀만 둥개둥개 해주면 지가 돈 다 쓰는 호구야'라고 뒷얘기를 하는 걸 듣게 됐다"며 "내가 하던 행동이 전부 다 부질없던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A씨는 성매매의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아니라 관계 때문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금 성매매를 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런 친구들에게 부모님, 친구 등 사람과의 관계를 쌓아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 생각이지만, 전부 다 외로워서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A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성매매 피해 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초기 진입의 이유가 또래관계 유지를 위한 부분이 상당하게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의 재진입을 막고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 대인관계 개선에 대한 부분들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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