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기대주' 꼬리표 떼나…녹십자, 개도국 백신 공급으로 반전 노린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1.09.08 13:55
GC녹십자가 코로나19(COVID-19) 글로벌 '백신허브' 기대주로 부상한지 곧 1년째다. 아시아 최대 백신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국제 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 5억회 규모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이 지난해 10월. 그로부터 1년간 전 세계적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실제 5억회 물량 생산은 물론 추가 위탁생산 계약도 없었다.

이제 반전의 조짐이 나타난다. CEPI를 통해 본격적으로 개발도상국 백신 공급이 시작될 여건이 무르익으며 이제 5억회 위탁생산 개시가 가시권이다. 이와 별도로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논의가 진행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모두 현실화되면 GC녹십자는 '만년 기대주'에서 명실상부한 백신 허브로 거듭나게 된다.

8일 로이터통신과 백신업계 등에 따르면 G20(주요 20개국)은 지난 5~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보건장관회의를 열고 저개발국 코로나19 백신 배분에 속도를 낸다는 '로마협정'을 채택했다.

지역별, 국가별 백신 공급 불평등이 심각해 저개발국으로의 공급에 힘쓰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변이 출현은 물론 세계 경제 충격도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이번 협정 채택의 배경이다. 저개발국과 개도국 백신 배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재계에서도 나온다.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생산 기지가 자리잡은 지역의 감염병 확산을 막지 못하면 생산과 물류 차질이 지금보다도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백신업계 시선이 GC녹십자로 쏠렸다. 자국 힘으로 백신 조달이 힘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의 지원 물량을 위해 CEPI가 GC녹십자에 배정한 물량 5억회분 때문이다.

GC녹십자는 CEPI와 지난해 10월 이와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다. GC녹십자는 백신을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이나 주사기에 충전하는 완제 공정을 맡기로 했는데 이 같은 계약은 GC녹십자가 갖춘 아시아 최대 백신 생산공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7년 충청북도 오창에 착공한 이 공장은 마침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지난해 초 완공됐다. 연간 10억회(8시간 1교대 기준) 생산능력을 갖췄고 최대 20억회까지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작 올해 전 세계적 백신 접종 국면이 시작되자 GC녹십자를 통한 CEPI 물량의 실제 생산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 백신 개발국은 물론 자금력을 갖춘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량 우선확보가 진행된 가운데 CEPI가 확보한 물량 부족사태가 빚어져 녹십자의 실제 생산도 진행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마협정 채택이 개도국 공급 확대의 신호탄으로 보인다"며 "선진국 대부분의 인구대비 접종완료 비중이 50%를 넘어가고 위드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며 이제 개도국으로의 물량에도 숨통이 트일 상황이 도래했고, 이 같은 상황 변화가 반영된 것이 로마협정"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 내부에서도 선진국 접종률과 위드코로나 국면을 상황 반전의 단초로 판단하고 있다. CEPI의 확보 물량과 백신 종류가 정해지면 세부 절차를 거쳐 오창공장에서 언제든 생산이 가능하다.

CEPI 물량과 별개로 업계에서는 GC녹십자가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협의를 진행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GC녹십자는 이에 대해 일단 말을 아끼는 상황이지만 협의를 위해 얀센의 GC녹십자 공장 실사가 진행되는 단계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GC녹십자가 '얀센 백신 위탁생산 논의'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내놓은 입장도 "사실이 아니다"가 아닌 "확정된 바 없다"였다.

특히 얀센 위탁생산이 성사될 경우 국내 백신 수급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해당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만큼, 자국 생산물량을 우선적으로 받을 명분이 생기게 돼서다. 얀센 백신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 허가했고, 미국으로부터의 도입 물량도 이미 접종이 된 상태여서 추후 위탁생산 물량을 한국에서 접종하기위해 추가로 넘어야 할 절차도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선진국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따른 추가물량 확보 가능성 등으로 CEPI 물량이 단시간에 GC녹십자에 배정될지 장담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하지만 접종률 제고와 위드코로나 국면으로 물량 상황이 연초와 확연히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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