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가전' LG전자, 8년째 '마이너스' 전장사업 계속한 이유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1.09.08 05:27

"비온 뒤 해 뜬다"

LG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지난 8년을 요약하는 말이다. '1등 가전업체' LG전자의 사업 중 출범 이후 내내 적자만을 내는 부문이 있다고 하면 선뜻 믿기 어렵다. VS사업본부는 지난 8년 동안 내리 '적자'를 기록한 끝에 올해 4분기부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할 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업 출범 후 내리 적자…미래성장 가능성 믿고 투자


7일 LG전자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자 VS본부의 올해 4분기 매출액은 2조1800억원으로, 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이후 내내 적자만을 내던 사업이 처음으로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시장은 내년부터는 연결 영업이익 역시 흑자로 돌아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의 VS부문은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LG전자는 2013년 구 회장이 가전과 통신, 화학에 이어 미래먹거리로 '전장사업'을 점찍은 후 본격적인 투자에 돌입했다. 2013년 5월 자동차 부품설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V-ENS를 인수했다. 2개월 후인 7월 VS사업본부(당시는 VC)를 신설했는데 그 이후 8년동안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회계 상 '기타'부문에 속해있던 VS사업본부가 별도로 반영되기 시작한 2015년 4분기 깜짝 영업익 50억원을 기록한 것이 지금까지 유일한 '이익' 기록이다. 2016년 1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2분기 연속 손실만 내왔다.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 누적 영업손실만 약 8600억원이다. 일각에선 2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사업을 종료한 스마트폰 담당 MC사업본부처럼 VS사업본부가 LG전자의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올해 4분기부터 흑자 전환 후 꾸준한 성장 예상


그러나 LG전자는 VS부문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구 회장의 혜안을 믿고 계속해서 공격적 투자를 해왔다. 수주 기반 사업인만큼 초기 몇년간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곧 진가를 드러낼 것이라 봤다. VS부문이 전사 연결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5%도 되지 않는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다각화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LG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핵심부품 사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고 VS부문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영업이익과 별도로 VS부문 연간 매출액은 2015년 1조8324억원에서 지난해 5조8015억원으로 3배가량 급증하는 등 덩치를 꾸준히 키워왔다. 2018년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하고 올해 7월엔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키면서 날개를 달았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 △차량용 조명 (ZKW) △전기차 파워부품(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총 세개 축을 세우고 전장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은 LG전자 VS사업본부가 내년부터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 이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내년도 VS부문 연간 영업이익을 2200억원, 2023년엔 3710억원으로 예상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설립 이후 LG전자가 마그나의 영업망을 활용해 기존 대비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워부품 기술은 향후 로봇과 UAM(도심항공교통)분야로도 확대 적용되며 LG전자의 전장사업 전반의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자율주행차인 '애플카' 생산에 있어서 LG전자의 VS사업본부와 협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장사업이 수주기반의 사업인만큼 초기 몇년간은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수주를 받아오는 동안 설비투자와 연구는 계속해온만큼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사업 전체적으로 봤을 때) 늦은 시간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말 기준 VS본부의 수주잔고가 6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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