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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난' 여진에 車수요 위축 ━
실제로 국내 완성차업계는 올 들어 처음으로 지난달에 역성장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29만4591대(국내 5만1034대+해외 24만355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년 대비 국내와 해외 모두 각각 6.5%, 7.8% 줄면서 전체적으로 7.6% 감소했다. 올 들어 내수와 수출이 동반 감소한 것은 8월이 처음이다.
쌍용차도 지난 8월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했으며 한국GM도 40% 하락했다. 전체 판매 실적이 0.1% 상승을 기록하며 선방한 기아도 해외 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1.4%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계약 후 출고 대기 고객이 900명 수준에 달했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차량 수요 예측 실패로 꼽힌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소비가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를 반영해 생산라인에 차량용 반도체를 적게 배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차량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품귀현상이 휴대전화 등으로도 확대됐지만 유독 자동차만 감산에 시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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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관계 역전.."가격은 협상 아닌 통보"━
하지만 상황은 역전됐다. 통상적으로 반도체업계는 물량 수주시 계약서를 쓰지 않는데 더 많은 돈을 준다는 업체에 반도체 칩을 주겠다며 기존 업체에 대한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그간의 갑을 관계가 역전됐다"며 "완성차 업체 중 반도체 가격 협상조차 포기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가격은 협상이 아닌 통보"라면서 "생산 라인이 하루만 멈춰도 수백억원대 손실이 발생하지만 그 비용을 청구하지 않을테니 제발 공급만 해달라는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에선 이를 타개할 대응책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요 예측이 어긋나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발생했는데 자동차 수요를 줄일 수도 없지 않나"며 "반도체 업계가 나서주지 않으면 답도 없고, 차업계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수급난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엔 9월경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상황은 여전하다"며 "올해가 지난 이후에 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도 "내년 초부터는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차량용 반도체 뿐만이 아니라 모든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비교적 낮았던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더욱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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