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도 살찌지도 않아"…두 모델 등장에 발칵 뒤집힌 유통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1.09.04 07:00
롯데홈쇼핑이 공개한 가상인간 루시/사진=루시 공식 인스타그램
반얀트리 호텔 '오아시스' 썬베드에 누워있는 인플루언서 로지(ROZY), 그리고 디자인연구원이면서 패션모델로 활동 중인 루시(LUCY). 인스타그램에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이들은 요즘 유통가를 깜짝 놀라게 한 '가상인간'이다.

' 가상인간모델'이 유통가를 휩쓸며 실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소속 가상인간 로지는 이미 1년 광고수익이 1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로지가 역동적인 신한라이프 광고를 시작으로 쉐보레 전기차, 반얀트리 호텔 등 톱클래스 연예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급성장한 가운데 롯데홈쇼핑은 가상의 패션모델이자 쇼호스트가 될 '루시'를 선보이고 나섰다.


인플루언서 로지, 패션모델 루시…"실존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실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7월 보험사 신한라이프가 공개한 광고는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 가상인간 로지를 발탁해 단박에 화제가 됐다. 로지는 숲속과 도심, 지하철을 넘나들며 놀라운 춤사위를 공개하는데 로지의 개성있는 얼굴과 매력적인 춤선에 신한라이프 광고는 그 어떤 연예인을 모델로 쓴 것보다 더 큰 광고효과를 누렸다. 무엇보다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새로운 신한라이프가 탄생했다는 '새로움'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대성공을 거뒀다.

(왼쪽) 로지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얀트리호텔 오아시스 이미지 (오른쪽) 로지의 신한라이프 TV광고 영상의 한 장면
로지는 지난해 8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MZ세대(18세~34세)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시킨 가상인간이다. 로지는 세계여행과 요가를 좋아하고 친환경에 열정적인 22살 여성으로 탄생했다. 보통 사람인 것처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다 작년 12월 자신이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로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빠르게 늘어나 3일 기준 5만3000명에 이른다.

로지에 이어 롯데홈쇼핑은 최근 가상인간 '루시'를 공개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 루시를 국내 최고의 메타버스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손잡고 '가상 쇼호스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루시는 29세로 디자인연구원이면서 패션모델인 캐릭터로 탄생했다. 올해 2월부터 인스타그램 활동을 개시했으며 현재 2만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측은 루시의 움직임과 음성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고도화해 '가상 쇼호스트'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메타버스 트렌드를 반영해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 '루시'를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활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에서 나아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이 공개한 루시의 다양한 이미지/사진=롯데홈쇼핑


온라인과 모바일 넘어 메타버스까지…'미래의 쇼핑' 주도할 가상인간


싸이더스의 로지는 쌍커풀없는 큰 눈에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요즘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외모를 합성한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롯데홈쇼핑의 루시는 긴 생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컴퓨터로 찍어낸 듯한 완벽한 미인 콘셉트다. 로지와 루시는 모두 MZ세대(18세~34세)를 비롯한 소비층의 취향에 부합하는 이상향으로 제작됐고 시·공간의 제약은 물론 스캔들과 같은 악재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패션·뷰티·유통업체에서 선호할 만한 장점을 두루 갖췄다.

가상모델의 탄생은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유통가의 구심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쇼핑에서 온라인·모바일 라이브쇼핑으로 옮겨간 것과 관계 깊다.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이 전염병으로 위험해지자 온라인·모바일이 유통업계에 너무나 중요한 채널로 부상했고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까지 그 유통과 쇼핑의 저변이 확장되는 중이다. 가상인간은 오프라인을 제외한 온라인, 모바일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자유자재로 활동할 수 있으며 공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은 늙지도 않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평생 '완벽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으며 구설에 휘말릴 일도 없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경제학과 교수는 "광고나 엔터 업계에서 가상인간을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은 진짜 인간보다 큰 상업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징을 고루 갖춘 모델 또는 연예인을 발굴해 키우는 것보다 가상모델을 만드는 것이 쉬운데다 이들은 영업활동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아프거나 늙지도 않아 이론적으로 영원히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공개한 가상인간 김래아/사진=김래아 인스타그램
특히 네이버Z의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에는 미래의 소비층으로 부상할 10대가 주 고객인데 10대의 경우 아바타로 대변되는 가상인간이라는 개념에 이미 익숙한 상태다. 때문에 로지와 루시를 진짜 사람처럼 대하면서 인스타그램에서 소통 중이다.

지난해 로지가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한 이후 올해 1월 LG전자가 가상인간 김래아를 공개했고 지난달 롯데홈쇼핑은 루시를 선보였다. 향후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더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를 넘어서는 수준의 가상인간을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상모델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로지와 루시는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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