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주택이 7년 전 약 1200억원에 사들인 용산구 한남근린공원 부지(2만8197㎡)를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부영주택이 매입한 원가의 3배가 넘는 약 3800억원의 토지 보상비를 주고서라도 이 부지를 사들여 공원을 만들 계획이지만, 부영주택은 인접한 '나인원한남' 같은 고급주택을 지어 공급하면 이보다 큰 이익이 기대되는 만큼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공원화 추진 의사를 굳히면서 이 문제가 자칫 '제2의 송현동 부지'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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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근린공원 부지 소송전..서울시 "공원 만든다" vs 부영 "고급주택 짓겠다"━
이번 소송은 서울시가 지난해 6월 도시공원일몰제(장기미집행 공원용지 해제) 시행을 앞두고 이 땅을 공원용지로 지정한 것에 대해 부영주택이 재산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서울시가 실시계획인가를 하지 않았다면 그해 7월 1일자로 개발 추진이 가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실효 직전인 6월 25일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이 땅은 1951년 주한미군기지로 사용하다가 1977년 4월 국방부가 군사 목적으로 수용했다. 공원부지로 최초 결정된 시점은 1977년 7월이다. 1979년 대한주택공사가 외국인 아파트 6개 동을 지었고 잔여 부지는 야구장, 주차장 등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수용 목적과 달리 사용돼 원소유자가 환매소송을 제기했고, 1991년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후 2014년 5월 부영주택이 전체 부지의 97%인 2만7545㎡ 부지를 매입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부지를 반환받아 환경정화작업을 진행 중이며 부영주택에 연간 약 40억원의 토지 사용료를 내고 있다. 부영주택은 국방부, 용산구 등이 보유한 자투리 땅도 추가 매입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이 땅에 공원을 짓기로 결정한 서울시는 도시공원일몰제 발효를 앞두고 관할 용산구청과 재정부담 문제를 협의했다. 하지만 용산구가 재정 여력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결국 전액 시 예산으로 충당키로 했다.
논의 과정에서 부지 일부에 공공주택을 짓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땅값이 워낙 비싼 데다 주택을 지으면 SH공사에 추가로 약 2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점에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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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토지보상비 1년 만에 300억원 뛴 3850억…공시지가 상승, 소송 장기화 등으로 부담액 더 증가할 듯━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 보상액은 보상 공고일 기준으로 확정되는데, 최근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소송이 장기화하면 승소하더라도 보상액 규모가 현재 추정치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원 조성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내년 예산에 토지 보상액 일부(약 1800억원)를 확보할 계획이다. 만약 공원 조성이 확정되면 2025년 6월 25일 안에 보상금의 2/3를 지급하고, 이후 2년 간 잔액을 치르면 된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관련 부서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을 전달 받고,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시 재정 여력상 막대한 보상금을 자체 충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앞서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공원 조성을 위해 매입키로 결정했는데, 자체 조달이 가능한 예산이 부족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에 매입 비용을 내는 대신, 시유지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일부를 LH에 제공키로 했다.
이번에는 이런 방식이 성사되기 어렵다. 부영주택은 대한항공과 달리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자금력이 탄탄해 패소하지 않는 이상 부지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시유지 맞교환 방식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공원 부지는 최적의 입지 여건을 갖춘 최고 금싸라기 땅이어서 강남권에도 대체할 시유지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영주택은 일단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당초 주택 개발을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했으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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