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카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해외 법인을 포함해 158개다. 불과 5년 전인 2016년말 70개에서 2배 이상,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2014년말 36개에서 4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카카오 공동체의 위엄은 더욱 체감된다. 지난달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공동체 시총이 100조원을 넘긴 가운데 '대어급' 카카오페이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굴지 기업집단에 버금간다. 카카오는 월간활성이용자(MAU)가 46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모빌리티와 금융, 콘텐츠 등에서 혁신을 일으키며 불과 10년만에 국민기업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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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문어발' 이미지 쌓여가는 카카오 브랜드━
그런데 올들어 카카오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무료로 이용자를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화를 추진하는 카카오식 패턴이 노골화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모빌리티다. 지난달 초 승객을 대상으로 최대 8800원에 달하는 호출 요금제를 선보였다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뒤 철회했다. 그런데 당초 사회적 파장이 큰 요금 인상을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자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그룹 전체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본사와의 소통이 부재했던 것이다. 1조원 넘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기업공개(IPO) 압박이 커지자 무리한 수익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각 계열사가 독자행보에 나서면서 '갑질', '문어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덧씌워지고 있다. 미용실 예약, 영어교육,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카카오 브랜드 프리미엄을 앞세우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의 마찰, 갈등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카카오 본사에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스타트업 집단형태의 느슨한 공동체 구조로, 사전에 주요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창구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모양새다. 각 계열사가 철저히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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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키운 '100인의 CEO', 덩치 커지자 '잡음' 배경으로━
한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주요 의사결정을 사전에 공유하고 조율하는 대기업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상황"이라며 "결국 카카오 계열사끼리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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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158개 계열사 관리 어떻게? 컨트롤타워 필요성↑━
이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100인의 CEO(경영인)'를 양성하겠다는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의장은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 대신 각 CEO에 일정지분을 보장하고 자율성과 독립 경영권을 부여했다. 이는 창의적이고 민첩한 의사결정으로 신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반면 업계에서는 최근 카카오 계열사가 지나치게 각자도생에 몰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카카오는 2017년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본사와 원활한 협업체계를 위해 '공동체성장센터'를 설립했지만, 이사회의 사무처 수준에 그치는 등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 차원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이야 혁신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상황에 가려져 있지만, 그룹이 커지면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점차 부딪히고 충돌하기 시작해 상당히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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