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신 예·적금"…제로금리 고개넘자 통장에 돈 몰렸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1.09.01 17:03
최근 6개월 5대 은행 예금 잔액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짠 금리'에 외면받던 은행 예금통장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모처럼만에 오른 덕분이다. 대출 규제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주춤해진 영향도 더해졌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32조69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624조1274억원)보다 7조9422억원 늘었다.

같은기간 전체 예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649조2781억원으로 전월(638조6586억원)에 비해 10조6195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보통 월급통장, 파킹통장으로 통한다. 정기적금 잔액은 35조2831억원으로 전월(35조3625억원)보다 794억원 감소했으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앞으로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예·적금은 1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에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은행 예·적금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발 유동성 위기로 통장을 깨거나 여유 자금을 예금 대신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런데 한은이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아울러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가 연말~연초를 지나며 1%, 1.25% 등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은행 예·적금 금리도 기준금리를 따라 올라 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의 수신금리 상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케이뱅크가 지난달 28일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가입기간별로 0.2%포인트씩 인상한 것이 먼저였다. 이 상품의 경우 1년 이상 돈을 맡기면 1.4%의 금리가 붙는다. 신한은행도 '신한 S드림 정기예금', '쏠편한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대표적인 예·적금 상품 금리를 지난달 30일부터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이달 들어서도 금리 인상 움직임은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정기예·적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정기적금에 1년 이상~2년 미만 돈을 맡기면 원래 연 0.7%의 금리가 붙었으나 이날부터는 연 1%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0%대 금리에서 벗어난 셈이다.

NH농협은행도 이날부터 개인,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최대 변경폭은 0.35%포인트다. 한 예로 주택청약예금 1년 가입기준 금리는 1.05%에서 1.25%로 기존 수준을 회복했다. 아직 금리를 조정하지 않은 은행들도 인상 움직임에 동참할 방침이다.

예·적금 잔액이 다시 불어나는 건 '빚투' 열풍이 꺾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계속해서 조인 결과 자산 투자에 활용됐던 신용대출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942억원으로 전월(140조8931억원)보다 1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수신상품 금리가 모처럼 만에 올라 각종 투자처로 빠져나갔던 돈이 예금 통장에 속속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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