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오랜만에 외국인 매수세에 급반등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글로벌 경기 피크아웃(고점 통과), 미국 통화정책 변화,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세 등으로 전고점인 3300선을 강하게 돌파할 호재가 많지 않아서다.
증시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을 노리기보다는 보다 긴 호흡에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5% 오른 3199.27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약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환율이 1160원을 밑돌면서 대형주를 위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조167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1조원 이상 순매수한건 지난 3월11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7.5원 내린 1159.5원으로 장을 마쳤다. 1180원까지 돌파했던 지난 20일 대비 열흘 만에 2%가 떨어졌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매수해 원화 수요가 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원화 강세) 효과를 낸다. 원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다만 "8월 외국인 매도세가 가팔라 자금 유입도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거시 경제 환경이 급변해 환율이 하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의 반등세는 아직까지 되돌림 수준"이라며 기존 9월 전망인 코스피지수 범위 3000~3250를 유지했다.
증시전문가들이 9월에도 코스피지수 상단을 3300선으로 보는 이유는 9월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채한도 협상 등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경제도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를 덜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날 발표된 중국 8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0.1로 1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제조업 PMI는 47.5로 지난달 53.3에서 5.3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지역 봉쇄 영향으로 서비스지출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9월1일에는 우리나라 8월 수출입, 중국 8월 차이신 제조업 PMI, 미국 8월 ADP(전미고용보고서) 고용, 미국 8월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코스피지수 3000선은 PBR(주가순자산비율) 1.2배 수준으로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이 성장해 지지선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등 우리나라 일부 품목의 수출은 여전히 탄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8월 시장 하락을 주도했던 반도체에 대해서는 차분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수출 등 대외수지에 큰 변화가 없고, 금융 스트레스를 높일 만큼 구조적인 불확실성이 없어 원화가 오랫동안 저평가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다만 "국내 수출과 기업이익 정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어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바이오, 2차전지, 경기방어산업에 선별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
반도체에 대해서도 "업황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무리하게 비중 확대하기보다는 시장 평균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D램 현물가격은 8월 이후 빠르게 하락하면서 상반기 상승분을 상당 폭 반납했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역시 어느 정도 되돌림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거시 경제와 반도체 업황 전반의 충격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대형 반도체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반도체 시장의 반등 확인 또는 외국인의 전면적인 매수세가 들어오기 전까진 대형주보다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우회하는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실적 및 주가 수준을 감안해 낙폭이 과대한 자동차, 정유, 증권, 하드웨어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위드코로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유통, 패션, 여행, 레저에도 사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수출주는 경기사이클 영향을 받지 않고 좋아질 분야로 압축 대응해야 한다"며 전기차, 핸드셋, 통신장비를 선호 업종으로 꼽았다. 내수주의 경우 금리 인상 수혜가 기대되는 은행과 9~10월 백신접종률 70% 도달로 경제재개 수혜주인 엔터, 유통, 의류업종이 유망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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