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만 믿어선 안 돼"…이제 '금' 사들이는 신흥국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1.08.31 04:29

세계 중앙은행 2분기 금 순매수 200t, 전분기 대비 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멈췄던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구매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세계 기축통화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신흥국이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금협회(WGC)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세계 각국 중앙은행 또는 공공기관의 금 순매수량은 200t으로, 전 분기 대비 50% 늘었다. 이는 분기 기준 2년 만에 최대치이다.

지난해를 통틀어 전 세계 금 순매수량은 326t으로 10년 만에 가장 적었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는 각 600t이상이었다.

국가별로 태국의 금 순매수량이 가장 많았다. 태국은 지난 4월과 5월 총 90t의 금을 사들여 금 보유량이 기존 대비 60% 늘어난 244t으로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는 태국 외환보유액 전체의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타풋 수티왓 나루에풋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금의 안전성, 수익성, 분산성은 테일 리스크(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위험)의 헤지라는 주요 준비금 관리의 목적에 부합한다"며 금 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지난 2분기 54t의 금을 매수해 보유량 121t으로 지난 2000년 11월 이후 약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브라질이 금 대량 구매에 나선 것은 2012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외 터키, 인도, 헝가리, 폴란드 등도 금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연방공개제도(Fed·연준) 건물. /사진=로이터
닛케이는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각국이 외환보유액의 60%를 금으로 보유하는 등 현재 선진국이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지만, 현재 금 보유량이 증가하고 있는 국가는 신흥국"이라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액이 3만5544t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WGC와 글로벌 유력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세계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전체 4%지만, 신흥국은 31%로 월등히 많았다.

태국 등 신흥국은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경험한 뒤 달러를 중심으로 한 외환보유액 확대에 집중해왔으나 2010년대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채무 위기를 겪으며 금에 대한 분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금 매입이 활발해진 것은 그만큼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팬데믹 극복을 위한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으로 부채가 크게 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험도 커진 상태다.

시장분석가 토요시마 이츠오는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는 달러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자산 비중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선물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니시하마 토오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예고가 신흥국의 금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그는 "신흥국이 미국의 통화완화 축소에 따른 환율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의 통화긴축 전환 1단계인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공식화했다. 다만 금리인상에는 테이퍼링과 다르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금 선물가격은 현재 온스당 18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말의 온스당 1500달러보다 높지만, 지난해 한때 2000달러를 넘었던 데 비하면 낮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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