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공관과 코이카, 현지 업체 등에서 일했던 현지인들을 국내에 이송하면서 그들의 '지위'에 관한 '명칭'을 이틀 사이에 2번이나 변경하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틀전인 24일까지만 해도 아프간 조력자들에 대해 '난민'이나 '피난민' 등으로 부르던 정부는 25일 이들의 한국행을 발표하면서는 '특별공로자'라고 호칭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외교부 차관, 법무부 고위 관계자 등이 모두 '특별공로자'신분을 강조하며 '난민'이 아니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국내에서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음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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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 선진국처럼 수용해야"→"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신분"→"특별공로자가 아니라 특별기여자"━
그랬던 정부가 26일 오후 이들이 도착한 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브리핑에서부터는 '특별기여자'란 새로운 명칭을 들고 나왔다. 박 장관이 갑자기 들고나온 '특별기여자'는 기존 법령에 없는 용어다. 반면 정부가 '난민'대신 강조하던 '특별공로자'라는 용어는 출입국관리법과 국적법에 명시된 법률용어다.
박 장관이 '특별기여자'라는 법령에도 없는 용어를 꺼낸 건 '영주권'과 '특별귀화'를 바로 누릴 수 있는 외국인에 대한 최고 수준의 '특혜' 신분을 뜻하는 '특별공로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26일 아침 '아프간인들 '특별공로자'신분, '영주·귀화'자격?[팩트체크]'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청와대·외교부·법무부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특별공로자'라는 법률용어를 쓰면서 아프간 조력자들에 대한 '특혜'를 암시하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출입국관리법과 국적법에 '특별공로자'에 대해선 영주자격 F-5 비자와 특별귀화 혜택이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만약 정부가 아프간 조력자들에 대해 같은 수준의 특혜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거나 의도한 게 아니라면 '특별공로자'라는 용어를 쓴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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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로자', '영주권+특별귀화' 특혜 지적에 반대 여론 거세질 기미 보이자 '특별기여자'로 하루만에 바꿔 불러━
26일 법무부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특별기여자'라고 새로 이름 붙인 아프간 조력자들에게 5년간 체류가 가능한 'F-2'비자를 부여하고 자립해서 생활하 수 있도록 몇가지 혜택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틀 사이에 두 번이나 아프간 조력자들에 대한 신분을 바꿔 말하는 것도 정부의 신뢰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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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로자'란 어려운 법률용어로 특혜가능성 국민상대로 '간 보듯' 떠 본 뒤 부정적 여론 나오자 '특별기여자'로 말 바꿔"━
게다가 이미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들 중 일부는 법무부의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에 만족하지 않고 조력자들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주권' 수준의 'F 비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프간 모임을 자처한 아프간 출신 청년들은 26일 조력자들의 입국에 맞춰 탈레반에 의해 해를 당할 수 있어 아프간에 돌아갈 수 없는 자신들에게도 장기 체류가 보장되는 'F 비자'를 허가해 달라는 성명서를 냈다.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출입국관리법이나 국적법을 잘 알 만한 당국자들이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특별공로자'라는 용어를 함부로 쓴 것 부터 문제"라며 "만약 영주권이나 특별귀화에 대한 우려나 지적이 없었어도 '특별기여자'라는 법령에도 없는 새로운 말을 지어냈겠냐"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 난민이라는 단어가 국민 일반에 주는 부정적 뉘앙스를 피하고 싶은 생각에 정부가 기존 법령에서 급하게 꺼낸 게 '특별공로자'였을텐데 결과적으론 국민 상대로 '간 보듯 떠 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처음부터 정직하게 아프간 난민을 난민이라고 부르고 국민 이해를 구했으면 될텐데 당장의 부정적 여론을 피해간다고 '특별공로자'로 바꿔 불러 영주비자까지 줄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 놓았다가 다시 그 특혜에 대한 지적이 나오니 '특별기여자'로 바꾸고 급하게 시행령까지 개정한다고 나선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만에 하나 조력자들에 대해 처음부터 영주권이나 특별귀화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특별공로자'라는 기존 법령에서 최상위 '특혜'성 신분을 칭하는 용어를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법무부에서 함부로 썼다는 게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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