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이날 새벽 출입기자단에 공지 메시지를 통해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이 탄 군 수송기 1대가 한국시간으로 오전 4시53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 수송기는 오후 3시53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 아프간인들은 이번에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입국한다. 총 76가구 391명이다. 단 이번 수송기 1대에 391명 전원이 탑승했는지 다른 수송기에 나눠서 순차적 방식으로 국내에 입국하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력인 이송에 군 수송기 3대를 투입했다.
아울러 이들 중엔 수년간 아프간 현지 우리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PRT)에서 근무한 자들이 포함돼 있다. 또 5세 이하 영유아 100여명과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아도 3명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간전 개시에 따른 지원 요청에 군 비전투부대를 2001~7년 파견했다. 군 철수 뒤엔 아프간 재건을 지원해왔다. 2010~14년엔 PRT를 파견해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을 운영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수 현지인들이 우리 정부와 협력했다.
그러나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엔 이들이 서방 등과의 '공조 세력'으로 간주된다. 특히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 이후 미군 통역관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인 조력자들은 현지 우리 대사관에 신변안전 문제를 호소하며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왔다.
이에 정부는 도의적 책임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들의 국내 수용을 결정했다.
우리 군은 이들의 안전한 이송을 위해 공군 C-130J 수송기 2대와 KC-330 공중급유수송기 1대를 23일 오전 인접국 파키스탄에 급파했다.
작전명 '미라클'(기적)로 명명된 이번 이송 작전의 본격 시작은 24일부터다. 카불과 비행거리로 1시간 떨어진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실어날랐다.
이번 작전에 참여했던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작전 명칭은 기적이란 의미의 '미라클'"이라며 "첫 번째 의미는 조력자들의 목숨을 담보한 상태에서 희망을 이뤄냈다는 기적의 의미이고 두 번째로는 한국에서 아프간까지 거리가 9000km 이상이 된다. 이렇게 거리가 있는 적지에 들어가는 작전해본 적 없어서 우리로서도 성공적 작전 기원하는 의미에서 '미라클'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조력자들은 인천공항 도착 직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임시생활시설에 대기한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6~8주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 당국은 이들 중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기존 확진자 대응 방침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증상·경증이면 생활치료센터에서, 중증이면 의료기관에서 치료한다.
당초 우리 정부가 이송하려 했던 조력자들은 총 427명이었다. 그중 36명은 아프간 잔류 또는 제3국행을 선택했다. 이에 자발적 의사로 한국행을 포기한 36명을 제외하면, 100% 구출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일단 단기비자(C-3)를 발급했으며, 향후 체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프간 조력자들이 입국 후 불편함이 없도록 잘 조치해야 될 것"이라며 "최저생계비, 의료, 교육, 취업 등 부분에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라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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